[비즈니스포스트] 다음 금융결제원장에 박종석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그동안 한국은행이 원장직을 독점하면서 경영을 침해해 왔다고 주장하며 박 전 부총재보의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 박종석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박 전 부총재보가 원장에 오른다면 한국은행에 예속되지 않으며 금융결제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을 추진해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12일 금융결제원 안팎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이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박 전 부총재보를 포함한 복수의 후보자에 관한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부총재보가 후보군에서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결제원장은 원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추린 이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검증절차를 거쳐 사원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 전 부총재가 원장 유력후보로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은행이 금융결제원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결제원의 최고의사기구인 사원총회의 의장을 맡고 있고 원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1986년 세워진 금융결제원은 역대 원장 15명 가운데 14명이 한국은행 출신인 '낙하산'식 인사로 채워졌다.
금융결제원 노종조합에 따르면 박 전 부총재보는 금융결제원장 취임이 유력해지자 7월 초에 부총재보 임기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원장직을 한국은행 출신으로 채우면서 금융결제원의 경영 독립성이 위협받아 왔다고 주장한다.
금융결제원은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공동인증서 및 금융인증서 발급과 관리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인증서 발급이 민간회사와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새 먹거리가 될 신규사업이 절실해졌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시장상황이 이처럼 절실한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출신 원장이 신규사업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직원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준비하는 실시간 총액결제 방식 신속자금이체시스템도 업무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최재영 금융결제원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 즉 한국은행이 한국은행 출신 원장들을 보내놓고도 경영에 간섭하고 있으며 신규사업 창출 능력에 대한 의문과 기존 업무영역 침해에 대한 우려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한국은행 출신 원장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박 전 부총재보가 8월 초에 최종 임명되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은 8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합법적 쟁의권을 행사하겠다고 결정했고 새 원장을 상대로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기 위해 금융결제원 앞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컨테이너까지 등장하는 강경투쟁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부총재보가 원장에 취임하게 된다면 한국은행과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을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자율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신규 사업들에 관한 미래 청사진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한국은행과 관계 재설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누가 원장으로 오든지 간에 원장 취임을 환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금융결제원과 한국은행은 노동조합의 우려하는 사안들에 관해 이날부터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부총재보는 한국은행의 정책 수립과 집행에 기여한 통화정책 전문가다.
박 전 부총재보는 1963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조사국과 금융시장국, 정책기획국, 통화정책국 등에서 일했고 총재 정책보좌관, 통화정책국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부총재보로 근무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