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CES2020에서 선보인 커넥티드카 내부의 AVN 기능 모습. < LG전자 >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차량용 텔레매틱스에 이어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용 미디어 기기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린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텔레매틱스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용 미디어 기기(AVN: 오디오, 비디오, 네비게이션)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오르기 위해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해 세계 AVN 시장점유율에서 하만이 15%로 1위, LG전자가 12%로 2위를, 컨티넨탈이 10%로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점유율 22.7%(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 조사)로 글로벌 1위 성과를 냈는데 이제 또 다른 세계 1위 목표로 AVN 시장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자동차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인 완전자율주행 시대로 들어가게 되면 전장용 미디어 기기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자율시대가 도래하게 되면 탑승자가 운전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자동차의 개념도 운송수단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거듭나기 때문에 미디어 기기가 매우 중요해진다.
기존에는 교통정보와 주유소 위치, 주변 상황 등 주로 운전에 필요한 AVN 기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동 중에 회의를 하거나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주변 상점의 옷을 고르는 등 생활문화기능이 강조되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인포매틱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AVN 시장은 2021년부터 연평균 9.8% 가량 성장해 2028년에는 550억 달러(약 7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캐딜락 자동차에 탑재된 LG전자의 AVN 모습. < LG전자 > |
AVN 시장은 성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LG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LG전자가 AVN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에서 납품하고 있다. LG전자의 AVN 사업 확대에 따라 LG디스플레이도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
LG전자는 AVN을 비롯한 다양한 전장부품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가전제품용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힘을 주는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5월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라인란트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인증을 받아 차량용 반도체 설계와 구현 검증 등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기술을 확보했다.
LG전자 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은 SIC센터가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IC센터는 선행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텔레비전을 비롯한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술 개발 노하우를 자동차 영역으로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 역시 AVN 분야에 힘을 주고 있다.
하만은 그동안 디지털 콕핏(전자화된 자동차 운전석 화면) 사업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디지털 콕핏은 계기판과 AVN, CID(중앙 정보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통합된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콕핏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고 삼성전자 LSI사업부가 AVN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있다.
결국 LG전자와 삼성전자가 TV와 생활가전에 이어 또다시 맞붙게 되는 전선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차 시대에는 자동차가 일종의 차세대 가전으로서 역할을 바꿔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정보와 오락기능의 중심에 서 있는 AVN 산업이 전자기업에게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