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8월 ‘전세대란’은 정말 기우일까?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이 늘고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세대란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월 전세대란 오나, 우려 줄었지만 전세난민과 월세 증가 불가피

▲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3으로 2주 연속 줄어들고 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기준점을 넘으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고 기준점보다 낮을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플랫폼 아실 자료를 봐도 6월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591건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세와 월세를 합친 매물건수는 4만4756건으로 22.1% 상승했다.

다만 전세시장이 ‘이중가격’ 등으로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전셋값 추가 상승을 이끌 요인들도 간과할 수 없어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기에 새로운 전셋집을 찾고 있거나 계약 갱신을 앞둔 임차인들은 전세대란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미 몇 억씩 오른 전세가격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똑같이 올해 4월 전세계약이 이뤄졌음에도 보증금이 최저 15억7500만 원과 최고 23억 원으로 7억250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은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차이다.

서울 강남권을 벗어나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84㎡ 아파트를 보더라도 최근 같은 5월에 이뤄진 전세계약들의 보증금이 6억 원부터 10억 원까지 서로 크게 달랐다.

이렇게 현재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아파트들은 비슷한 시기에 계약한 같은 평형 전세가격이 2억~3억 원까지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이중가격은 '8월 전세대란'을 불러올 주요 요인으로 꼽혀왔다. 

2020년 7월31일부터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에 묶여 전셋값을 시세대로 올리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한 번에 억눌려있던 4년치 인상분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를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원하면 기존 2년 계약이 끝난 뒤 1회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보장해 주는 것으로 임대차3법의 핵심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상생임대인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당근책으로 전셋값 폭등 사태에 관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상생임대인 제도 조건상 다주택자가 실질적 세제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임대료를 그대로 높여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8월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었지만 전세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올해 하반기 서울은 아파트 입주물량도 크게 줄어드는 등 전세 물량 공급이 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8326가구로 지난해 하반기 1만4095가구 및 올해 상반기 1만3766가구와 비교했을 때 40%가량 줄어든다.

2년 전인 2020년 하반기(2만2925가구)보다는 60% 넘게 감소한다.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앞으로도 더 상승할 것이라는 불안심리도 높다.

부동산R114가 6월30일 발표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주택매매 가격을 놓고는 하락 전망이 많아졌지만 전셋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부동산R114가 6월7일부터 20일까지 14일 동안 전국 227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세가격에 대해서는 상승 전망이 40%, 하락 전망이 22.8%로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바라본 이유로는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가 42.2%로 가장 많았다. 현재 아파트 가격부담과 금리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매매거래에 주춤하면서 전세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란 의견도 18.9%를 차지했다.

월세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04만3천 원으로 1년 전보다 13.9% 올랐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성남, 수원시 등에서는 보통 직장인들의 월급 수준의 월세계약도 늘고 있다.

한 예로 경기도 성남 분당 판교더샵퍼스트파크 아파트는 올해 2월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매물이 보증금 1억에 월세 280만 원, 290만 원에 거래됐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3.6으로 5월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이미 오를대로 올랐기 때문에 이 이상의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임차인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전세값의 부담을 올곧게 짊어져야 한다.

이는 당장 1억 원이 넘는 전세보증금 부족분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 대출을 한다고 해도 최근 시중 금리가 올라 주거비 부담이 계속 무거워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 조사자료 등을 살펴보면 2022년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8천만 원으로 이태 전인 2020년 6월(4억9천만 원)보다 1억9천만 원 상승했다.

경기지역은 최근 2년 동안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는데 올해 6월 평균 전셋값이 3억9천만 원이었다. 2020년 같은 기간(2억7천만 원)과 비교해 무려 47.9%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을 봐도 3억4천만 원으로 2년 전보다 9천만 원 높아졌다. 

결국 8월 전세대란이 없더라도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서울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경기, 인천 등으로 떠나는 ‘전세난민’과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