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남매의 난’에서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을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했다.
7년의 시간을 끌어온 오너일가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됨에 따라 아워홈 경영권을 지킨
구지은 대표는 해외사업 확대에 힘쓰며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워홈은 30일 오전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48명 신규 선임과 기존 이사 21명 해임을 내용으로 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아워홈의 지분은 현재 고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 1남 3녀가 9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첫째딸 구미현씨가 19.28%, 둘째딸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가 19.60%, 셋째딸
구지은 아워홈 대표가 20.67%를 각각 들고 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가 이사 신규 선임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첫째딸 구미현씨는 주총 현장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아워홈 경영권을 지킨 구 대표는 앞으로 아워홈 해외사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아버지인 고 구자학 회장과 함께 중국사업을 추진하며 해외사업 경험을 착실히 쌓아왔다.
구 대표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로 아워홈은 해외사업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폴란드에서 단체급식사업을 따낸 뒤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해 9월 미국 우정청(USPS) 구내식당 위탁운영권 수주를 따내며 미국지역 단체급식사업의 발판도 마련했다.
특히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수주는 국내 단체급식 사업자가 미국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첫 사례였다.
구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를 매출 2조 원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1등 아워홈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며 "글로벌 단체급식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식품사업의 수출 역량 강화에 집중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확장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워홈은 중국, 베트남, 폴란드, 미국 등 4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구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2017년 진출한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구 대표는 올해 단체급식사업으로 진출한 해외 국가에서 사업확대와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워홈의 해외법인 5곳 가운데 3곳은 지난해 순손실을 냈다.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권 흔들기는 당분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임시주총의 소집이 구 전 부회장의 아워홈 보유지분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2월부터 추진된 매각 과정에서 아워홈이 기업실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상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이 발탁한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킨 뒤 구 대표 체제에서 선임된 이사들을 해임시키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구 전 부회장이 경영복귀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임시주총 전까지는 구 전 부회장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워홈 남매의 맏언니인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의 지분매각에 동참하면서 주총에서도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제안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임시주총 장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미현씨는 지난해 6월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에서는 구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9일 구미현씨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지분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자매가 지난해 4월 작성한 협약서가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으며 발목이 잡힌 것이다.
협약서에는 구미현씨가 구 대표 및 구명진씨와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이 지분매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외부세력이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구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은 부결됐지만 지분매각은 계속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구 대표가 앞으로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제 식구 챙기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미현, 구명진 두 언니들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아워홈 안팎에서는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의 지분매각에 동참한 것을 두고 지난해 말 구 대표가 결정한 아워홈의 무배당 정책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구 전 부회장의 재직시절인 2020년 말에는 아워홈은 7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에게 776억 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