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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농협은행의 STX조선해양 '충당금 폭탄' 속앓이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5-26 16: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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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속앓이를 더욱 심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NH농협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에 내준 대출 7765억 원과 선수금환급보증(RG) 4천억 원 등 전체 1조1765억 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받으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은행도 여신 전액을 충당금으로 쌓아 손실 처리해야 한다.

  이경섭, 농협은행의 STX조선해양 '충당금 폭탄' 속앓이  
▲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의 대출 충당금 가운데 6035억 원을 미리 쌓아놓았다. 그러나 선수금환급보증에 대한 충당금은 쌓지 않았다. 이 때문에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5730억 원에 이르는 충당금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에서 선박을 제때 건조할 수 없을 경우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사전에 지급했던 선수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신 물어주는 보증계약을 뜻한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들 대다수가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선박 52척을 건조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추가 충당금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다른 채권금융기관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5월 초 인터뷰에서 “조선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농협은행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 달라고 주채권은행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2분기에 346억 원, 3분기에 1198억 원의 선수금환급보증을 회수하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늦게 신청할수록 농협은행의 손실도 줄어드는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올해 선박 3척을 선주에게 인도했으며 완성을 앞둔 선박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돌입 시기를 약간 늦추면 선수금환급보증에 따른 손실 규모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돌입을 사실상 결정해 신청 시기를 늦추는 일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은 25일 “STX조선해양이 5월 말에 부도를 낼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주채권은행으로서 추가자금을 지원할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5월 말까지 채권단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향후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다른 조선회사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도 농협은행의 충당금 부담을 더욱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선수금환급보증 1700억 원을 내줬는데 성동조선해양은 이르면 6월 안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도 1조5131억 원 규모의 여신을 빌려줬는데 여신의 건전성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350억 원만 쌓았다. 건전성등급을 하향 조정할 경우 최소 1천억 원 이상을 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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