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사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중심의 사업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4일 올해 하반기까지 D램 업황의 공급과잉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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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와 2분기 현재 실제 IT수요를 고려했을 때 D램 수요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하반기로 갈수록 D램 공급과잉도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D램의 주 수요처가 되는 시장들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이는 특히 PC와 스마트폰의 1분기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1%씩 역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삼성증권도 “D램 업황 전망이 U자 곡선에서 점점 L자 곡선으로 변하고 있다”며 “PC시장은 이미 탄력성을 잃어버린 것으로 판단되며 모바일 D램 수요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D램은 공급과잉에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불황기가 최소 6분기에서 최대 10분기까지 이어졌다. 현재 D램 공급과잉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D램 업황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D램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0%를 거둬 온 만큼 메모리반도체사업이 정체될 경우 향후 전체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기남 사장은 D램 불황기를 대비하기 위해 낸드플래시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우선 D램에서 진행하고 있던 18나노 미세공정 전환작업을 연기했다.
D램은 공정을 미세화할수록 원가절감 효과를 봐 장기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이 48%로 이미 지배력이 높은 데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D램에 투자를 늘려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떨어뜨릴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8나노 미세공정 일정을 당기지 않는 것은 낮은 초기수율 문제와 현재 20나노 공정의 효율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라며 “D램에 대한 투자는 하반기부터 보수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사장은 낸드플래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스토리지(대용량 저장장치) 1위 업체 ‘EMC’와 협력을 강화하고 평택 반도체단지의 양산일정도 3D낸드를 가장 우선순위에 올렸다.
이는 D램 업황과 다르게 3D낸드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의 성장속도가 점차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이 크게 늘고 있지만 수요가 44%의 증가율로 더 크게 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3D낸드 시장 개화와 낸드플래시 업황 개선의 최대 수혜업체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EMC는 고가형과 중저가형 스토리지 모두에 3D낸드 기반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탑재할 구상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EMC의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VMAX’에 이어 중저가형 ‘유니티’ 모델에도 3D낸드를 공급하면서 서버향 SSD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
황 연구원은 “서버용 SSD 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HDD와 비교해 SSD의 가격대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드디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앞선 3D낸드 기술을 기반으로 2017년 상반기까지 초기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새로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단지에 3D낸드 생산라인을 우선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공사일정을 상당히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수요 급증에 삼성전자는 평택 라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택했다"며 "현재 3D낸드 수율도 잘 나오고 있어 생산일정이 당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