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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의 1위 역전 드라마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01 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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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오쇼핑의 1위 역전 드라마  
▲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좌)과 이해선 CJ오쇼핑 공동대표이사

홈쇼핑 시장에 대역전극이 벌어졌다. CJ오쇼핑이 20년 홈쇼핑 역사에서 처음으로 GS홈쇼핑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이사 등장 이후 자체브랜드(PB) 제품의 개발을 확대한 것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게다가 모바일 쇼핑에서 우위가 확실한 역전을 이뤄냈다. 해외시장 공략에서도 앞서고 있다.

균열의 조짐은 3년 전부터 있었다. CJ오쇼핑은 2011년 매출액에서 GS홈쇼핑을 앞질렀다. 10년 넘게 홈쇼핑 1위 자리를 지키던 GS홈쇼핑은 “취급액을 기준으로 업계 1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1위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분기 CJ오쇼핑은 취급액에서조차 GS홈쇼핑을 보란듯이 제쳤다. GS홈쇼핑은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홈쇼핑의 빠꼼이’이라고 불리던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기가 찰 노릇이다.

홈쇼핑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CJ오쇼핑은 지난달 시가총액 기준으로 신세계를 제치고 유통기업 주식 중 4위에 올랐다. 오프라인 매장이 하나도 없는 CJ오쇼핑이 전국 10개의 백화점을 보유한 신세계를 이긴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최근의 유통 트렌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홈쇼핑이 오프라인 채널을 넘어서는 중요한 유통채널이라는 것이다. 또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가는 가장 강력한 발판이기도 하다.

그래서 홈쇼핑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CJ오쇼핑의 완벽한 역전


CJ오쇼핑은 지난 1분기 취급액이 7827억 원이었다. GS홈쇼핑은 7816억 원이었다. CJ오쇼핑이 11억 원 더 많았다.

CJ오쇼핑은 이로써 취급액과 매출액 모두 GS홈쇼핑을 앞질러 명실상부하게 홈쇼핑 1위에 올랐다.

취급액은 홈쇼핑에서 판매된 금액의 총합을 의미한다. 개당 5만원인 제품이 10개 팔렸다면 50만 원이 취급액이다. 홈쇼핑은 이 50만원을 전부 가져가는 게 아니라 중계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율이 30%라면 홈쇼핑 회사가 가져가는 금액은 15만원이고 이 금액이 홈쇼핑 회사의 매출액이다.

  CJ오쇼핑의 1위 역전 드라마  
▲ 2013년 매출액 기준 홈쇼핑시장 점유율
그동안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업계 1위의 기준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GS홈쇼핑은 취급액을, CJ오쇼핑은 매출액을 업계 순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급액은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인 반면 매출액은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공시 대상이다.

그동안 취급액을 기준으로 하면 GS홈쇼핑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CJ오쇼핑이 홈쇼핑업계 1위였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취급액만이 유일한 홈쇼핑 외형 순위 지표”라며 “백화점부터 오픈마켓까지 외형규모 판단은 취급액이 유일하다”고 말해왔다. 시장점유율 역시 취급액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반면 CJ오쇼핑 관계자는 “매출액에서 CJ오쇼핑이 1위가 맞다”며 “취급액은 공시 대상이 아닐뿐더러 회사마다 산정하는 기준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올 1분기 CJ오쇼핑이 취급액에서도 GS홈쇼핑을 앞서며 이런 논란의 여지조차 없앴다. CJ오쇼핑은 취급액,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GS홈쇼핑을 누르며 완벽한 역전을 이뤄냈다.

◆ CJ오쇼핑, 역전의 시작

TV홈쇼핑은 1995년 LG그룹의 한국홈쇼핑(이후 LG홈쇼핑→현 GS홈쇼핑)과 삼구홈쇼핑(현 CJ오쇼핑)이 시험방송을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이 두 회사는 업계를 양분하며 치열한 경쟁관계를 이어갔다. 1997년까지만 해도 삼구홈쇼핑이 앞서갔지만 1998년부터 LG홈쇼핑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 삼구홈쇼핑이 CJ그룹으로 넘어갔을 때도, 2001년 현대홈쇼핑 농수산홈쇼핑 우리홈쇼핑 등 신규 홈쇼핑 채널이 생긴 이후에도, 2005년 LG홈쇼핑에서 GS홈쇼핑으로 회사명이 바뀐 이후에도 GS홈쇼핑은 줄곧 매출과 시장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2011년 3분기부터 GS홈쇼핑의 1위 자리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CJ오쇼핑은 3분기 매출 2122억 원을 기록하며 GS홈쇼핑을 36억 원 차이로 제치고 처음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삼구홈쇼핑 시절을 포함하면 CJ오쇼핑이 16년 만에 1위에 오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CJ오쇼핑은 당시 “의류 등 상품 판매 호조와 인터넷 부문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며 “지휘봉을 잡은 이해선 대표의 선택과 집중을 발판으로 한 공격적 경영이 성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CJ오쇼핑의 설명대로 CJ오쇼핑의 2011년 3분기 인터넷부문 매출은 401억 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98% 상승했다. GS홈쇼핑 역시 인터넷부문 매출이 늘었지만 전년 동기대비 21% 성장한 388억 원에 그쳤다.

처음으로 2위로 밀린 GS홈쇼핑은 “4분기는 전통적으로 GS샵이 강세를 보여왔다”며 “4분기 순위는 다시 원상회복될 것으로 보고있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GS홈쇼핑은 4분기를 건너뛰고 이듬해인 2012년 1분기에야 1위 자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1위 탈환은 잠시였다. 곧바로 다시 2위로 떨어졌고 줄곧 2위에 머무르고 있다.
 
GS홈쇼핑은 그때부터 매출액이 아닌 취급액을 기준으로 업계 1위를 따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CJ오쇼핑의 1위 역전 드라마  
▲ 이해선 CJ오쇼핑 공동대표이사

◆ CJ오쇼핑이 순위를 뒤집은 비결


김지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오쇼핑의 경우 고마진 제품인 PB상품 확대로 수익성 둔화 우려가 홈쇼핑 사업체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CJ오쇼핑은 다른 홈쇼핑 채널과 비교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많은 편이다. 2001년 속옷브랜드 '피델리아'를 시작으로 꾸준히 PB상품을 개발했다. 현재는 의류와 화장품 등 분야에서 20여개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중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9.6%에 이른다.

PB상품은 개발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안정적 매출상승을 이끌고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J오쇼핑이 PB상품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 배경에 2009년 부임한 이해선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1982년부터 CJ제일제당 마케팅실 부장으로 일했고, 1995년 빙그레 마케팅실장 이사, 1999년 한국마케팅학회 이사, 2004년 태평양 마케팅 부사장 등을 거치며 20여 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관록을 쌓은 전문가다.

이 대표는 이런 관록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눈으로 직접 PB상품 기획에 참여했다. CJ오쇼핑 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PB상품의 재료까지 직접 엄선하고 이름도 직접 붙일 정도로 PB상품의 기획에서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며 “이렇게 개발된 PB상품을 방송에 내보내면 수 시간 만에 다 팔릴 정도로 안목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반면 GS홈쇼핑은 PB상품에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았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쏘울과 스테니 등 자체 PB상품이 있긴 하지만 CJ오쇼핑에 비해서 많지 않다”며 “CJ오쇼핑의 경우 자체브랜드를 판매하는 전략을 갖고있다 보니 회계상 매출이 많이 잡히지만 실제 상품 취급액 자체는 우리가 크게 밀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이 역전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모바일 쇼핑이다.

CJ오쇼핑의 지난 1분기 모바일 거래액은 1450억 원이다. 전체 거래액의 19%를 차지한다. 반면 같은기간 GS홈쇼핑의 모바일 거래액은 1250억 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16% 정도에 그쳤다.

두 회사의 1분기 총 거래액의 차이가 11억 원밖에 나지 않는데 모바일 거래액의 차이는 200억 원에 이른다. 모바일 쇼핑에서 이런 차이가 홈쇼핑 업계 1위의 판도를 바꿔놓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CJ오쇼핑의 1위 역전 드라마  
▲ 허태수 GS홈쇼핑 사장

◆ 모바일 쇼핑 놓고 벌인 소송 신경전


CJ오쇼핑은 2011년 2월 ‘오클락(O'CLOCK)’이라는 소셜커머스를 만들어 모바일 시장에 대응했다. 그리고 1년9개월 뒤 GS홈쇼핑이 ‘쇼킹10’을 개설해 매일 오전 10시에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그러자 CJ오쇼핑은 “GS홈쇼핑이 PB상품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형식 등을 그대로 베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냈다.

CJ오쇼핑은 소송을 제기하며 “GS홈쇼핑이 상품을 베껴서 물을 흐리는데 회사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영업라인에서 반발이 많이 나왔다”며 “법적으로 이기기 쉽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직원 사기를 높이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CJ오쇼핑은 그 말대로 두 달 뒤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자 GS홈쇼핑은 “고소 취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무리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링 바깥에서 고함만 치다 정작 싸움이 시작되자 도망친 것”이라고 대립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CJ오쇼핑과 GS홈쇼핑의 치열한 신경전을 보여주는 한편 모바일 쇼핑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 해외시장도 CJ오쇼핑이 앞서

CJ오쇼핑은 2003년 중국그룹 상하이미디어와 합작해 '동방CJ'를 만들어 한국 홈쇼핑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동방CJ는 중국에 처음으로 홈쇼핑 전문 채널을 만들었고 이후 다른 업체들이 동방CJ를 따라 홈쇼핑 채널을 만들었다.

현재 동방CJ는 중국 홈쇼핑업계의 독보적 1위다. CJ오쇼핑은 이밖에도 인도, 일본, 베트남, 터키 등 7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CJ오쇼핑의 지난해 취급액은 4조9천억 원으로 세계 홈쇼핑 시장 2위다. 취급액 중 63%는 국내에서, 37%인 1조8천억 원은 해외에서 나왔다.

이해선 대표는 “CJ오쇼핑의 목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1등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전 세계 고객을 사로잡는 차별화된 브랜드가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GS홈쇼핑은 2009년 인도에 진출하며 해외사업의 발을 뗐다. 현재 7개 나라에 진출했는데 CJ오쇼핑과 겹치는 지역은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 터키 등 5개 지역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 해외에서 6800억 원의 취급액을 기록했다. 이는 CJ오쇼핑 1조8천억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CJ오쇼핑의 우위가 CJ오쇼핑의 업계 1위를 지속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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