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형건설사들이 도시정비 입찰에서 꼼꼼히 사업성을 따지는 등 몸조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도시정비 수주 경쟁에 나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건설자재값 인상에 따른 부담에 조합의 사업 조건 요구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도시정비 ‘묻지마 입찰’ 사라진다, 자재값 올라 대형건설사 사업성 중시

▲ 대형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로고.


13일 대형건설사와 도시정비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도시정비 사업에서 사업성에 따라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양극화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부산 우동3구역(2819세대)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최근 입찰이 진행됐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하지 않았다. 경기 성남 수진1구역(5456세대)과 신흥1구역(4183세대) 쪽도 입찰자가 없었다. 

이는 이들 재개발사업의 공사비가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해운대구에서 알짜부지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1차, 2차 입찰에서 모두 참여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워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건설자재값 상승의 부담이 적지 않아 조합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일부터 레미콘 가격이 ㎥당 8만300원으로 13.1% 올랐다. 철근 톤당 기준값도 4월보다 6만2천 원 오른 111만 원이다. 시멘트 가격도 3분기부터 톤당 9만8천 원으로 15.2%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동3구역 재개발조합은 5월에 현장설명회를 열고 6월 중산에 재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입찰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 준하는 특화설계 제안, 입찰 보증금 700억 원 현금납부 조건도 까다롭고 3.3㎡당 공사비 600만 원 수준으로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어렵다”며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면 우동3구역과 인접한 부곡2구역 재개발사업(2348세대)을 두고는 삼성물산과 GS건설, 포스코건설이 수주를 위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3파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부산 금정구 부곡동 279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35층, 2029세대 규모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으로 일반분양 물량만 1400세대 규모라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성남 지역의 수진1구역, 신흥1구역 공공재개발사업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시행자(단독·대행·공동)로서 참여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공공이라고 해서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일반적 도시정비사업과 비교해 인허가 등 절차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다만 용적률 완화 및 인허가 절차 단축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주민들 동의를 받아 일정 물량을 공공임대 등으로 기부채납 해야 한다.

애초 수진1구역은 공공재개발(공공참여형 재개발)사업의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대형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현장설명회에서 현대건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DL이앤씨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4월29일 입찰마감일에 제안서를 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신흥1구역도 입찰의향을 내비쳤던 DL이앤씨, GS건설, 코오롱글로벌, 계룡건설에서 모두 4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은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사업시행자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사업 모두 '3.3㎡당 공사비 495만 원 이하'가 사업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건설업계는 현실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건축비 인상 없이 사업참여가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아직 건축비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사를 맡은 흑석2구역 재개발(1215세대)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입찰한 상태다. 3.3㎡ 당 공사비는 650만 원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에만 해도 도시정비 수주를 위해 조합에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데 힘썼다. 대표적으로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이 있다. 

컨소시엄 방식을 반대하던 조합을 설득하기 위해 GS건설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는 3.3㎡당 공사비를 487만 원으로 강남권 도시정비사업보다 100만 원 이상 낮은 수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대규모 사업지에서 단 한 곳의 건설사가 입찰하지 않은 사업장까지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 셈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자재값 인상에 따라 1분기부터 실적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며 “대부분 대형건설사들의 이익에서 주택사업 비중이 큰 만큼 수익성을 더욱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