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임대차3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책 변화에 따른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을 둘러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31일 대형 포털사이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새 정부가 추진할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은 무엇일지, 임대차3법이 정말로 없어질지 등에 관한 논의가 무성하다.
특히 임대차3법은 전월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의 주목도도 높다.
한 지역 부동산카페에 이용자가 “올해 전세 준 집을 매도할 예정인데 전월세 2년 축소 관련 공약을 내용대로 실행해줄지 궁금하다”라고 올린 글에는 임대차3법 축소·폐지를 둘러싼 다양관 관측과 전망이 댓글로 달렸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자가 점유율은 57.9%이다. 전국 총 가구 2092만 가구 가운데 919만 가구가 무주택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에는 총 398만 가구 가운데 205만 가구가 무주택가구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의 51.5%는 전세, 월세 등 다양한 형태의 세입자인 셈이다. 민간주택 비중이 높은 한국 주택시장을 생각하면 임대인의 입장인 사람도 많다.
인수위 부동산TF에서 주거안정 과제를 놓고 임대차3법을 핵심적 안건으로 건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대차3법은 올해 7월 시행 2년차에 들어서 전월세 2년 계약 갱신 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로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도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해주고 임대인이 임대료를 최대 5%만 올릴 수 있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제한이 생기니 임대인들은 오히려 사전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권을 거절한 뒤 임대료를 대폭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사례가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다만 민주당에서 임대차3법 개편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임대차3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인수위의 개편 의지가 강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시민단체 등에서는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오히려 임대차3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주거관련 시민단체 100여 곳으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30일 오전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료는 저금리 등 풍부한 유동성으로 집값이 뛰었기 때문에 더불어 오른 것이지 임대차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뛴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연대는 임대차3법의 부작용 문제는 법의 축소, 폐지가 아니라 현행 법 규정의 불분명한 부분을 강화하는 등 법적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도 임대차3법을 전면 축소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전월세 가격 안정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온다.
오히려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고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가 내건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중심, 민간주도 정책 방향성을 놓고 기대의 시선도 있는 반면 오히려 시장을 자극한다는 견해도 보인다.
지역 부동산 카페 등에는 ‘지나친 규제가 풀리면 시장이 복원되고 집값도 내릴 것이다’, ‘재건축 규제완화, GTX 공약 등으로 이미 강남 등 서울 집값이 들썩인다는데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지는 것 같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과 목동 등에서는 윤석열 당선자의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규제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통한 민간중심 공급확대 공약으로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자료에 따르면 대선이 끝난 뒤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0.08%,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값은 0.05%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와 목동 신시가지7단지(전용면적 66㎡) 매물은 각각 25억 원, 20억 원대에서 대선 뒤 1억 원가량씩 올랐다.
KB부동산은 윤석열 당선자의 부동산공약 분석 리포트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규제완화 공약으로 재건축 등 개발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개발 기대감 때문에 매물이 회수되거나 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집값 상승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바라봤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는 앞서 지난 30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방향과 주요 과제 등을 논의하는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는 민간주도 공급 확대와 시장기능 회복을 큰 축으로 삼아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 재건축·재개발 등 규제완화를 통한 250만 호 공급, 부동산 세제개편과 대출규 완화 등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주요 공약 실행에 나선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