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이 참여한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를 노리고 있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내 원전시장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특히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소형모듈원전 기술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 입찰이 시작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는 체코 정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2040년까지 1천 MW(메가와트)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8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애초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서 이 사업에 관심을 보였으나 체코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러시아와 중국기업을 입찰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체코 정부는 입찰개시를 승인한 뒤 한국과 미국, 프랑스 3개국 공급사에 입찰 안내서를 보냈다. 올해 11월 말까지 입찰서 접수를 마무리하고 2023년 입찰서 평가결과를 낸 뒤 2024년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한국의 팀코리아(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의 EDF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대우건설은 여기서 원전 시공을 담당한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형 차세대 원전모델인 'APR1400(신형경수로)'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30%가량 낮은 사업비용을 제시하며 수주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APR1400은 기존 한국형 원전인 OPR1000과 비교해 발전용량이 1000MW에서 1400MW로 늘고 설계 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길어졌다.
이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모델로 이미 신고리 3호기에 적용돼 2016년 12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수출한 원전 4기도 APR1400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PR1400이 미국, 프랑스의 동급 가압경수로(PWR)보다 사업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진 점에 주목한다”며 “APR1400으로 팀코리아가 입찰할 두코바니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대를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에서 원전을 온실가스 무배출 전원으로 활용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 원전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산업부 장관은 지난 2021년 9월 현지언론 인터뷰를 통해 “두코바니 원전사업자가 테멜린 원전사업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멜린은 체코에서 추가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탈원전 정책 폐기 공약에 국내 원전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원전시장도 중장기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윤 당선자는 원자력 발전비중 30%대 유지, 신한울 3·4호기 공사재개, 월성 1호기 재가동 검토, 소형모듈원전 개발 등을 원전 관련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국내 원전발전 비중은 10% 안팎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형 신규원전 건설보다 스마트(SMART)의 개량형 개발이 정부 지원을 받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12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 대형 신규원전 프로젝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소형모듈원전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국내 원전 시장을 노려 특별히 소형모듈원전 기술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형모듈원전은 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조립이 가능한 원전으로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생산뿐 아니라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스마트(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 참여해 중소형 원전 기술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대우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주한 수출용 신형연구로사업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수출용 신형연구로는 소형모듈원전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사업으로 여겨진다. 이는 세계 최초로 판형 핵연료, 하부구동 제어장치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한 20MW급 연구용원자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형연구로사업을 위해 2023년까지 부산 기장군에 연구센터를 짓기로 했다. 연구센터에서는 신형연구로에서 생산된 동위원소 원료물질 활용과 제품화 등을 집중 연구하게 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원자력 관련 시공·설계·폐기물 임시저장시설 등의 다양한 경험이 있어 원전에 대한 이해력과 역량이 가장 뛰어난 건설사다”며 “소형모듈원전에 활발한 투자와 기술개발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