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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식 M&A'가 안 통하는 이유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6-26 19: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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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식 M&A'가 안 통하는 이유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축하고자 했던 ‘롯데금융’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LIG손해보험 인수에 사활을 걸었으나 쓴 잔을 마셨다. 롯데그룹은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차순위협상 대상자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신 회장이 “LIG손보를 어떤 수를 써서든 인수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LIG손보의 의미는 각별했다. 그런 만큼 실패의 후폭풍도 거세다.

게다가 롯데금융의 3총사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 롯데손보를 비롯해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롯데 주요 금융계열사들이 제각기 어려움에 처해 있다. 금융 3총사는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치열한 모색을 하고 있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신 회장에게 롯데금융의 의미는 각별하다.

롯데그룹 안에 ‘신동빈=금융’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에서 성공을 거둘 때 신 회장은 비로소 롯데그룹의 후계자의 입지를 완벽히 다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여전히 신동빈 회장과 일본롯데를 맡고 있는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후계경쟁이 끝나지 않았다.

또 롯데금융은 롯데그룹의 성장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유통에서 확보한 현금을 금융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꾀하는 전략으로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이 흔들리게 되면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성장구도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신 회장은 롯데금융 3총사를 모두 직접 만들었다.

신 회장은 1995년 일본롯데 전무이사 재직 당시 부산할부금융주식회사(현 롯데캐피탈) 설립에 깊이 관여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신 회장의 금융업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신 회장은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신 회장은 흔들리는 롯데금융을 위해 어떤 수를 내놓을까? 신 회장의 전매특허는 인수합병이다. 롯데그룹은 LIG손보 인수 실패 이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LIG손보 인수 실패 과정에서 '신동빈표 M&A'에 대한 시장의 깊은 불신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을 성장시켜온 만큼 이 불신을 씻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실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위기일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금융의 활로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 대상을 찾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신 회장은 누구를 지목할 것이며 어떻게 불신을 해소할 것인가?

◆ 신동빈표 M&A에 대한 시장의 불신

신 회장이 LIG손보 인수에 실패한 의미는 단지 롯데손보가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2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지난 1분기에도 4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IG손보는 롯데손보를 부진의 늪에서 건져 올릴 유일한 밧줄이었다. 롯데손보와 LIG손보가 합쳐지면 업계 2위 손보사가 탄생하면서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LIG손보 인수실패는 신 회장에 대해 시장이 불신을 품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신 회장에게 뼈아픈 일이다.

롯데그룹이 LIG손보 인수전에서 최고가를 썼는 데도 인수에 실패했다. 그 배경에 LIG손보 노조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LIG손보 노조는 KB금융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인수 후보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지만 롯데그룹에 대해서 그 정도가 특히 심했다.

LIG손보 노조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인 롯데는 안전, 고객보호, 경영능력, 정도경영, 윤리경영, 직원처우, 노사관계 등 어느 한 가지도 LIG손보를 인수할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며 “LIG손보가 롯데그룹에 매각되면 전면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LIG손보 노조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LIG그룹과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 등 매각주체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

롯데그룹의 현금 사내유보율은 국내 대기업 중 최고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인수합병시장에서 가격책정에 보수적 자세를 취하면서 ‘짠돌이 롯데’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수전에 참여해 다른 인수후보들 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거나, 거래종료를 앞두고 가격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신동빈표 M&A 방식에 대한 불신에다 노조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매각주체 입장에서 롯데그룹이 최고가를 써냈다 하더라도 논외대상으로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LIG손보 인수실패를 통해 시장의 불신을 확인했다. 이 점이 신 회장에게 더욱 큰 위기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신 회장이 추진하는 인수합병에 대한 시장이 불신이 계속 커진다면 신 회장의 인수합병 신화는 여기서 끝날 수 있다. 신 회장이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LIG손보 인수전에서처럼 앞으로도 계속 인수합병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신동빈식 M&A'가 안 통하는 이유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흔들리는 롯데금융 3총사의 활로찾기

LIG손보 인수실패로 재기에 실패한 롯데손보뿐 아니라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 주요 금융계열사의 앞날에도 안개가 잔뜩 꼈다. 롯데그룹은 주요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롯데캐피탈과 함께 교통카드 및 ATM 업체 등 모두 10곳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의 여파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7%대에서 최근 6% 중반까지 떨어졌다. 롯데카드는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3개월의 영업정지기간 동안 기존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무이자할부, 포인트적립, 할인 등 마케팅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지만 시장점유율을 지켜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롯데카드는 영업을 재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전화영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고객 유치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정보활용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하루 한 번 밖에 전화를 할 수 없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영업채널에서 전화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실적이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규제강화 탓에 줄어든 카드영업 매출을 메우기 위해 4년 만에 할부영업을 재개했다. 롯데카드는 최근 오는 7월부터 자동차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홍동문 롯데카드 할부금융 팀장은 “자동차 할부금융을 4년 만에 재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시작할 방침”이라며 “현재 전담팀 인력이 12명인 관계로 종합 전담 에이전시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은 이미 현대캐피탈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롯데카드의 선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할부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업의 경우 치열한 경쟁구조 탓에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롯데카드의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롯데 금융계열사 맏형 롯데캐피탈도 흔들리고 있다.

롯데캐피탈은 롯데그룹 최초의 금융계열사다. 현재 롯데캐피탈의 관리금융자산 규모는 3조7773억 원으로 현대캐피탈(20조6676억 원)과 아주캐피탈(4조5264억 원)에 이어 업계 3위다. 그나마 롯데그룹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는 금융계열사인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아주캐피탈이 쌍용차 등에  대해 전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어 자동차 할부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롯데캐피탈은 이런 영업채널이 없어 고위험 여신으로 분류되는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는 롯데캐피탈의 비약적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건정성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롯데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업계 평균을 웃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높을수록 위험하다. 롯데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4.38%로 업계 평균 3.79%보다 0.6%포인트 높았다. 롯데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롯데캐피탈은 비우량고객 대상인 단비론 등을 통해 자산성장과 수익확대를 이뤄왔고 이미 2011년을 전후해 부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CSS 등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우수하다고 하지만 경기민감도가 높은 신용대출 본연의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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