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중고차 사업계획 관련 이미지. <현대자동차>
다만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문제와 관련해 중소기업벤처부 아래 심의위원회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현대차는 기존 업계와 상생안도 자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7일 '중고차사업 비전과 사업방향'을 공개하고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대고객서비스와 고객경험을 제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 높은 품질의 중고차 공급해 소비자 신뢰 얻는다
현대차는 우선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신차’ 수준의 인증중고차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증중고차는 제조사로서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정밀한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이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하고 이를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국내 최고수준의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을 위해 자사가 보유한 제조 및 AS 기술력을 활용해 모두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한다.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에서는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갖춘다. 정밀진단 이후 정비와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일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할 때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트레이드 인·Trade-in)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자체 시스템 등을 통해 차량 성능·상태 및 이력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공정한 가격으로 고객의 차량을 매입하고 해당 고객이 신차 구입할 때 할인까지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 중고차 정보포털로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현대차는 이와 함께 중고차 정보포털을 마련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아직까지 대표적 ‘레몬시장’으로 평가 받는다. 레몬시장은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어 불량품만 유통된다는 경제학 용어를 말한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상태 등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이 많이 발생한다.
현대차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미국 등의 해외시장을 참고해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업계 등 모든 중고차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에서는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의 서비스뿐 아니라 중고차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국토교통부와 보험개발원 등과의 협의를 통해 정부·기관이 각각 제공하는 차량이력 정보에 현대차가 보유한 정보까지 결합해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제공을 추진하기로 했다.
◆ 모바일 기반 판매채널 구축
소비자 편익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판매채널도 구축한다.
현대차는 판매채널을 모바일 앱 기반의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중심으로 운영해 고객에게 편리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중고차 구매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모바일 앱에는 가상전시장에서 상품검색 및 비교에서부터 견적과 계약, 출고, 배송에 이르기까지 구입 전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원스톱 쇼핑을 구현된다.
고객이 가상전시장에서 중고차를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마련하기로 했다.
상품을 직접 보고 싶은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오프라인 채널도 마련된다.
현대차는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대규모 전시장과 함께 도심 랜드마크 딜리버리 타워를 순차적으로 구축해 고객에게 색다른 구매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도심 랜드마크 딜리버리 타워는 무인으로 운영돼 고객은 자유롭게 차량을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전시장에서 계약한 자신의 중고차를 도심 랜드마크 딜리버리 타워에서 간편한 QR코드 인증을 통해 픽업할 수 있다.
현대차는 기존 사업자들과도 상생협력안을 통해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고차판매업과 관련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적합업종이 아니라고 재확인 돼야 진출이 가능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이 2019년 이미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만큼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르면 연내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매매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기존 중고차매매업계와 동반성장도 추진
현대차는 중고차매매업계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기존 상생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상생안을 준수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는 기존업계와 상생협력과 중고차시장 발전 방안으로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중고차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상생안을 준수하기 위해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 가운데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하고 판매대상 범위를 벗어난 차량이 소비자로부터 접수되면 경매 등의 공정한 방법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2022년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소비자와 중고차시장 발전에 미치는 긍적적인 효과에 대해 소비자와 중고차매매업계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업 추진방향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중고차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업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3월 안으로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앞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의견 등을 고려할 때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허용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