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이번 대선에서 외교·안보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통령은 신냉전으로 전환되는 엄중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양강 대통령선거 후보의 해법은 사뭇 다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 시작, 이재명 윤석열 해법 큰 차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외교·안보 분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두 후보 캠프에서는 서로 자신들의 후보가 외교·안보에 적합한 대통령감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앞서 두 후보 모두 2일 한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각각 면담하는 등 서로 뒤질세라 외교·안보 분야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치러진 몇 번의 대선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선거의 핵심 의제는 아니었다. 경제, 사회 분야와 비교해 국민이 체감하는 면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 경각심이 고조된 까닭에 이전보다 외교·안보에 관한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특징은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의 모습과 겹치는 측면이 많다. 한국과 가까운 거리의 대만이 분쟁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국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는 이유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기조는 다른 분야와 비교해 색깔 차이가 뚜렷하다.

두 후보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두고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중국과 관계에서는 시각 차이가 크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는 한미관계를 포괄적 동맹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도 실질협력을 증진해 나가겠다는 게 뼈대다.

중국과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도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도 확실히 어느 한 쪽을 편들기보다는 균형을 잡으며 실익을 얻는 데 치중한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을 상당 부분 이어 가는 셈이다.

반면 윤 후보는 중국 관계보다 한국·미국·일본 공조에 중점을 두는 외교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윤 후보도 중국과 ‘상호존중에 기반한 관계’를 구현하겠다는 원론적 태도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에 더 밀착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윤 후보는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낸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두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하자 중국을 달래기 위해 ‘대중국 3불정책’을 선언하며 지나치리만큼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며 “안보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주권적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대중국 3불정책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협력 불참 등을 말한다.

윤 후보는 “한국은 쿼드 워킹그룹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며 역내 다자 협력체에서 역할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한·미·일 3자 사이 안보 공조를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쿼드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협력 기구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미국은 한국과 뉴질랜드도 여기 참여하도록 해 쿼드 클러스로 확대하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중국으로부터 직접적 안보 위협을 받는 대만도 쿼드에 가입할 뜻을 미국 측에 전한 바 있다.

윤 후보의 외교·안보 공약 가운데 사드를 추가 배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쿼드 가입이나 사드 추가 배치는 당장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중국과 관계 악화를 대가로 지불하더라도 한·미·일 관계를 더 확실히 다지겠다는 윤 후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급변하게 된 국제질서 속에서 어떤 외교·안보 정책이 적합한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맞게 된 주된 이유가 양자택일 외교를 선택해 스스로 입지를 좁힌 탓이라고 본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보다는 미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한 게 화근이란 뜻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한국이 균형외교를 통해 외교적 선택지를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지정학적 충돌:원인, 성격,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의 포로센코·젤렌스키 정권이 보여주듯 미·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정학적 공간에서 외교노선의 양자택일은 대외정치적 입지를 좁혔고 안보위기를 초래했다”며 “한국은 철저히 냉철한 국익 기반의 실용외교를 채택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확고한 동맹관계의 부재와 약한 군사력 탓에 전쟁에 이르렀다며 한미동맹과 군사력 증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돼 있지 않아 동맹국의 직접적 군사 협력을 바라볼 수 없는 것과 달리 한국은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쟁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장성 모임 대한민국성우회는 3일 성명을 내고 “한미연합훈련을 정상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견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강한 억지력은 전략적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동맹과 도발했을 때 감내할 수 없는 손해를 줄 수 있는 강한 군사력, 적시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국민들의 국가수호 의지가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75명의 전직 외교관들로 구성된 ‘나라사랑 전직외교관모임’도 3일 “한미동맹 재건과 쿼드 참여 등이 필요하다”며 윤 후보 지지 성명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