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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하루 3끼 돼지고기' 김재연, 정육각 종합식품몰로 키운다

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 2022-03-03 16: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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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로 삼시세끼를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육점을 차린 엘리트 청년이 있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 이야기다.

김 대표가 걸어온 길에는 정육점이나 축산업과 맞닿는 지점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카이스트로,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탄탄대로가 열려 있었다.
 
[오늘Who] '하루 3끼 돼지고기' 김재연, 정육각 종합식품몰로 키운다
▲ 김재연 정육각 대표. <정육각>

하지만 갓 도축한 돼지고기 맛에 반한 그는 유학 대신 정육점 '정육각'을 차려 사업을 성공시켰고 이제는 어엿한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김 대표는 유기농식품 전문 유통체인인 초록마을을 품에 안게 됐는데 정육각의 성공 요인이자 상징인 '신선함'을 강점으로 내세워 종합 신선식품몰로 도약하려는 꿈을 그리고 있다.

3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육각이 여러 유명 기업들을 제치고 초록마을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앞으로 김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육각은 온라인 ‘초신선’ 정육점을 표방하며 도축한 지 4일 이내의 돼지고기만 판매하는 회사로 2016년 세워진 스타트업이다. 2020년 매출이 160억 원가량일 정도로 작은 회사다.

하지만 정육각이 중견기업 대상의 유기농 전문 유통체인 초록마을의 새 주인 후보자에 오른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는 초록마을을 인수해 돼지고기는 물론 초신선 유기농식품까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정육각은 이미 사업영역을 돼지고기에서 닭고기와 소고기, 달걀, 우유 등 5가지 축산물과 밀키트, 수산물까지 상품군을 확장해놓고 있다. 여기에 초신선 유기농식품을 얹으면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종합 신선식품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의 사업 방향성이 취급 상품 확대에 맞닿아 있다"며 "초록마을이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두 기업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록마을은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식품 전문 유통체인이다. 4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500여 가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정육각은 여태껏 온라인이라는 한정적 채널에서만 고기를 판매해왔는데 앞으로 초록마을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게 되면 상품판매의 길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로 노리는 것은 단순한 외형 확대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안정적 성장을 위한 현금 흐름이 목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돼지고기는 도축 이후에 45일까지 유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격이 쌀 때 매입해 가격이 올랐을 때 판매하면 마진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정육각은 당일 들여온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원가 비중도 커 현금 흐름의 안정성이 부족하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하게 되면 판매 품목이 훨씬 늘어나 현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초록마을은 2020년 기준 매출이 192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7.6% 늘었다. 

정육각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여서 본 계약이 마무리 된 이후에 사업계획을 구체화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초록마을 인수는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단순히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함께 정육각을 차렸다.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수재로 그의 앞에는 보장된 미래가 있었지만 전혀 경험이 없던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그가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대학생 시절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됐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미국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상당히 비싸 자주 먹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대표가 선택한 것은 유학 전 하루 세 끼 모두 돼지고기를 먹는 제주도 여행이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 집 근처 도축장까지 찾아 나섰다. 그렇게 찾은 도축장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김 대표는 도축한 지 만 하루가 된 돼지고기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분명 인기가 있겠다는 확신에 정육각을 차리고 이를 통해 도축한 고기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팔자 주문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기만 썰어도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김 대표는 무작정 쿠팡을 찾아 투자를 제안했고 쿠팡의 주선으로 4억 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그 돈과 자신의 기술력으로 고기를 써는 과정을 효율화하고 패키지와 물류시스템을 안착시켰다. 그가 대학생 시절부터 앱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기업도 부러워할 만한 유통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김 대표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앞으로 농축산물 생산자들이 IT 지식 없이도 식자재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그가 꿈꾸는 플랫폼이 구현되면 생산자는 상품 퀄리티를 높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정육각은 지난해까지 모두 70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한 기업도 네이버와 캡스톤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굵직한 벤처투자기업들이다.

초록마을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정육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정육각은 인수가격 등 세부 조건을 조율해 이달 안으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록마을의 적정 인수가격은 1천억 원대로 예상됐다. 새벽배송을 앞세운 마켓컬리와 대기업 계열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인 정육각이 인수가격을 높게 제시하면서 초록마을 인수전은 '작은 회사'의 이례적 승리로 마무리될 모양새다. 

김 대표는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다수의 사모투자펀드(PEF)와 컨소시엄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은 국내 최초의 유기농식품 유통회사로 대상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49.1%를 들고 있다. 대상그룹 오너 일가도 초록마을 지분을 들고 있다.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 30.17%, 임상민 대상 전무가 20.31% 지분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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