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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5년만의 사과, 분노에 기름만 끼얹었다

조은진 기자 johnjini@businesspost.co.kr 2016-05-02 15: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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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 5년만의 사과, 분노에 기름만 끼얹었다  
▲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5년 만에 첫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5년 만에 피해자와 한국소비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뒤늦게 공식입장을 내놓은 데다 이마저 실험조작 은폐의혹과 관련해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반발만 더욱 거세지고 있다.

◆ 5년 만에 내놓은 ‘애매모호한’ 사과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옥시는 피해를 보상하고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옥시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독성물질로 사망자가 발생한 지 5년 만이다. 독성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11년이었다.

샤프달 대표는 “조사 결과 1등급(거의 확실)과 2등급(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으신 분들 가운데 저희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분들께 보상 계획과 지원내용, 그리고 신청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리겠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추가 피해조사도 빠른 시일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분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최종안은 피해자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옥시는 보상안 마련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전문가 패널을 7월까지 구성하고 인도적 기금 50억 원을 2014년 내놓은 50억 원에 보태 추가로 출연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샤프달 대표는 독성물질이 발견된 사실을 은폐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모든 의혹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옥시는 그 어떠한 잘못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옥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냈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전체 피해자 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인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에 이른다.

◆ “진정성있는 사과” 촉구

옥시의 사과에 대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면피용 사과일 뿐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피해자와 가족모임을 비롯해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검찰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옥시의 보여주기식 사과를 거부한다”며 “이제 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은 옥시제품 불매운동이 겁나서 하는 쇼”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옥시의 뒤늦은 사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너무 때가 늦은 데다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며 “진정성있는 사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옥시는 사건발생 뒤 회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개별소송으로 시간을 끌어왔다”며 “검찰수사가 급진전되고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은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샤프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도 옥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며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에 앞서 열린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과가 면피용이 되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회사 측에도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피해자 보상 문제를 발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종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안 나서도 될 정도로 피해자 보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 불매운동 확산되는데 마트는 판촉행사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옥시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민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되려 판촉행사를 벌여 눈총을 받았다.

피해자와 가족모임 등 시민단체는 “범국민적 불매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행해지는 대형할인매장의 옥시 판촉행사는 가습기살균제 살인 공범들 간의 감싸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와 김상현 홈플러스 대표가 4월18일과 26일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이 시기에 매장에서는 최대 가해자인 옥시제품에 대한 판촉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4월21일부터 일주일 동안 옥시제품을 포함해 생활용품 판촉행사를 벌였는데 ‘옥시크린’과 ‘이지오프뱅’, ‘물먹는 하마’ 등 대표상품이 ‘1+1’ 등으로 팔려나갔다.

이마트도 4월에 비슷한 판촉행사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대형마트 3사는 “당분간 옥시제품을 판촉행사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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