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대상, 처벌수위, 고의·중과실 판단 등에 관한 기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구조당국이 2월1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하고 있는 처벌대상 대목은 기업 경영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고용노동부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한 수사의 범위를 삼표산업 최고경영자인 이종신 골재부문 대표이사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양주사업소를 압수수색하고 현장소장을 입건한 데 이어 현재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수사의 구체적 진행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삼표산업 사고현장은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 되는 현장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은 시행 전부터도 처벌대상, 처벌수위 등의 모호함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올해 초 건설현장의 연이은 대형 안전사고로 중대재해법 적용 등에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져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1호 기업의 오명을 피한 건설사들도 삼표산업의 수사 진행 상황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건설현장 안전관리 시스템과 운영에 관한 불신이 높아질수록 처벌 강화 등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미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해 중대재해 관련 양형기준과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 장관은 “중대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과 무죄 판결이 속출한다”며 새로운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중대재해법 시행 첫 날인 1월27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중대재해를 방치하거나 책임이 있는 경우 이익을 보는 경영주를 더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나 시민단체들도 중대재해법 처벌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보완입법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새롭게 시행되는 법인 만큼 양형기준을 세움에 있어 참고할 사례가 아직 없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본적으로 판례들에 근거해 권고 형량 범위 등을 정한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 등에 따른 산업재해에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법으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법의 취지, 처벌대상 등이 다르다.
검찰, 고용부 등 관련 기관들이 중대재해법 관련 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해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 방침, 양형 등에 관한 연구와 기준을 세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법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중대재해법은 ‘안전 확보 의무가 있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경영책임자의 범위, 직책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부문에 별도의 대표이사, 안전보건책임자(CSO) 등을 세운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의 이런 미비함을 노린 것이라는 시선도 나왔다.
중대재해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조치 의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포함하는지를 놓고도 법정에서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여기에 안전의무 위반과 관련해 고의나 중과실 여부의 법적 판단도 결코 쉬운 대목이 아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지난 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법이 ‘대표를 감옥에 보내는 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사업주의 처벌 규정을 완화하고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