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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우 옥시레킷벤저 전 대표(가운데)가 26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판매가 시작된 지난 2001년 옥시에서 대표직을 맡았으며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뉴시스> |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옥시 사태’에서 옥시 측의 대변을 맡고 있다.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앤장은 옥시 측의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 옥시, 김앤장의 자문의견서 제출
26일 검찰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은폐 및 실험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폐손상 원인에 대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힌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총 77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도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에 제출했다.
옥시의 의견서는 국내 1위의 법무법인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옥시는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폐질환은 비특이성 질환인데도 보건당국의 실험에선 제3의 위험인자를 배제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정부 역학조사 결과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유전 등 선천적 요인과 음주•흡연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질병을 말한다. 보통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질병의 원인을 분석할 때 이 용어를 사용한다.
옥시는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이 폐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의견서에 함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옥시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의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한 집단토론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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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37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 기업 처벌 촉구와 옥시 상품 불매 선언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레킷벤키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은 오히려 옥시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와 호서대에 용역 의뢰한 실험결과 가운데 유리한 대목만 인용했거나 내용을 왜곡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앤장은 최근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과 2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미쓰비시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지만 미쓰비시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김앤장은 대법원에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끝난 일’이라는 취지의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다. 김앤장은 일제강점기 한국인 피해에 대해서는 시효가 지났으니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폈다.
현재 국내 법원에 계류중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14건 가운데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은 모두 6건인데 김앤장이 4건을 맡고 있다. 아직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2건은 서울고법에 계류중인 항소심인데 모두 1심 변론을 김앤장이 맡았다.
16년째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대리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장완익 변호사는 “하필 한국을 대표하는 법무법인이 일본정부와 같은 논리를 들고 나와 일본기업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과연 주권국가 법조인으로서 적절한 처사인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유해성 몰랐다”
옥시의 핵심 피의자 3명이 26일 검찰에 출석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취재진들에게 “피해자 유가족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정확하게 밝히겠다”며 “제품의 유해성은 사전에 몰랐다”고 해명했다.
신 전 대표는 문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니(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가 출시된 2001년 옥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
당시 제품 개발·제조의 실무 책임자였던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씨,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도 피의자로 함께 소환됐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의 과실 책임이 상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영국 본사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검찰은 옥시 외에 다수의 사상자를 낸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의 과실 책임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