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들에 억대 뒷돈을 지원한 의혹이 제기돼 휘청거리고 있다.
야당은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을 밝혔는데 일각에서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전경련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등에 자금을 지원한 데 대해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는 물론이고 수사당국의 수사까지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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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경련 회장. |
한겨레신문은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전경련이 1억2천만 원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JTBC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에 전경련이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억2천만 원을 송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어버이연합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해 ‘맞불’ 반대시위를 했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등 관제데모로 추정되는 집회에 앞장서 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은 20일 나란히 성명을 내고 전경련의 자금지원을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성토했다. 야당 측은 자금집행 경위와 배후세력이 있는지 국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포함한 진상조사에 나설 것도 밝혔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전경련의 정치개입 중단을 촉구하며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공식 의뢰하기로 했다.
어버이연합이 주도한 배후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은 대한상의 등과 함께 국내 재계를 대표해왔다. 그러나 재벌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던 데다 대한상의에 비해 재계에서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이는 전경련 회장을 4대그룹 오너들이 기피하고 있는 데서도 두드러진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는 떠맡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전경련 회장이 총리급 예우를 해달라고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4대그룹 오너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으면서 예전만 못해진 것이 사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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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 |
전경련은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각 당은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달라”면서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 안정과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새 국회가 초당적 차원에서 경제활성화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며 기업들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여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전경련이 경제활성화를 앞세운 목소리를 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전경련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정치행위가 배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차명계좌를 통한 뒷돈 지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실정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수사당국이 조사에 나설 경우 허창수 회장이 대상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허창수 회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1억 원 이상의 자금이 오갔다면 전경련 내부에서 실무를 책임져온 이승철 부회장 선에서 보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