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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무 김앤장 대표변호사가 2007년 납세자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고 있다. <뉴시스> |
김앤장.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로펌이다. 1300명이 넘는 직원수도 다른 로펌보다 많지만 김앤장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는 단순히 직원수로 잴 수 없다.
법조계에서 독보적 위치의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김앤장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최근 다른 로펌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그래도 김앤장’이라고 말한다.
최근 방영중인 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대 로펌이 김앤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서 법조계에서 넘볼 수 없는 실적과 권력을 자랑하는 드라마의 로펌이 김앤장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만큼 김앤장이 최고의 로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김앤장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앤장은 올해 기업과 기관 법무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고 로펌으로 꼽혔다. 47개 기업이 두 개씩 로펌을 지목한 결과 74%인 35곳이 김앤장을 최고 로펌으로 지목했다. 2~4위인 광장, 태평양, 율촌이 각각 18표, 16표, 13표를 얻은 것에 비해 월등한 많다. 김앤장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김앤장에 대한 평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다. 영국의 법률전문매체인 후즈후리걸은 김앤장을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세계 100대 로펌으로 선정했다.
특히 김앤장은 기업 인수합병(M&A) 법률자문 부분에서 독보적이다. 블룸버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김앤장은 국내 M&A 법률자문 총 99건에 거래총액 174억7400만 달러(약 17조7885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올 1분기에도 김앤장은 M&A 법률자문에서 완료기준으로 19건에 4조2542억 원을 기록해 이 부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김앤장의 막후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경쟁자인 롯데그룹보다 인수대금을 적게 써냈음에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KB금융지주에게 매각을 원했지만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KB금융지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사고에 대한 제재를 받아 LIG손해보험의 인수를 승인받지 못할까 우려했다. 김앤장은 이런 점을 파악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승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구두 유권해석을 받아내 구자원 회장과 골드만삭스에게 전달했다. 구 회장과 골드만삭스가 KB금융지주를 선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김앤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2위권 로펌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1위를 수성해야 한다. 또 법률시장개방에 따라 해외로펌들로부터 안방을 지켜내야 한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우리는 여전히 잘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험난한 도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1위 로펌 김앤장이 걸어온 길
김앤장은 1973년 문을 연 김영무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 장수길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시작됐다. 조그만 법률사무소였던 김앤장은 그 후 40년만에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로펌으로 우뚝 섰다.
김앤장은 로펌에서 선발주자는 아니었다. 국내 최초의 로펌인 김·장·리 법률사무소(현 법무법인 바른)와 김·신·유 법률사무소(현 법무법인 화우) 등에 이어 네 번째 설립된 로펌이었다.
김앤장은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며 로펌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앤장은 영미식의 선진로펌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유신과 5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동안 판검사로 임관되기보다 변호사의 길을 택하는 인재들도 적지 않았다. 1970~1980년대 김앤장을 택한 인재들이 현재 김앤장을 이끌어가는 주축으로 성장했다.
능력있고 젊은 변호사들로 구성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김앤장은 외국계은행 법률자문을 처음으로 맡게 됐다. 한국에 진출한 씨티은행이 김앤장을 고문법률회사로 지정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체이스 맨해튼,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쿄은행 등도 김앤장의 고정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김앤장은 1983년 설립 10년만에 변호사 23명을 포함해 직원수 100여 명으로 다른 로펌보다 규모면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유망한 변호사들이 김앤장으로 더욱 몰려들었고 김앤장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초창기부터 인재확보에 주력했던 전략이 맞아떨어지며 최고로펌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1980년대 로펌 선두를 굳힌 김앤장은 기업 법률자문에 있어 획을 그을만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대한항공 5억 달러 차관도입, 대우자동차와 GM이 합작한 GM대우 설립, AT&T와 LG의 광통신망 구축사업 자문 등이다. 김앤장은 한국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김앤장은 1990년대 말 IMF가 터진 이후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외자유치와 사업매각 등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도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상그룹의 라이신사업 매각이다. 이 사례는 IMF 이후 최초의 외자유치 성공사례로 남았다. 김앤장은 1998년 홍콩 법률잡지 IFLR이 선정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올해의 M&A 거래인 삼성중공업의 지게차사업 매각에도 관여했다.
IMF를 거치며 김앤장은 M&A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기업간 M&A 자문은 로펌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김앤장은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미국 잉거솔랜드의 소형건설장비사업을 인수하는 거래를 맡아서 진행했다. 세계 27개국 72개 법인을 동시에 인수하는 복잡한 다국적 거래였다. 그만큼 김앤장의 기업자문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앤장은 송무분야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김앤장은 기업자문에 비해 송무업무는 뒤늦게 시작했다. 1979년 대법원 출신 이재후 변호사가 합류한 후 송무업무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법조계 출신의 화려한 변호사 진용을 구축해 송무분야에서도 승소율 1위를 기록했다.
2009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3년간 김앤장의 무죄선고율은 21.5%로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 1.48%의 14배가 넘었다. 특히 2009년 1월부터 7월까지 수임사건 43건 중 15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34.9%의 무죄선고율을 기록했다.
김앤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키코(KIKO) 상품판매에 대해 기업이 은행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06건 중 78건의 소송에서 은행을 대리했다. 키코소송에서 법원은 은행의 무혐의를 인정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100여 기업이 동시에 패소하면서 은행을 대리한 김앤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일부에서 김앤장의 로비덕분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앤장은 재벌 회장들의 소송대리를 맡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앤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자녀들에게 헐값으로 배정해 논란이 된 사건에서 삼성측 법정대리를 맡았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에서 김앤장은 결국 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은 무죄라는 선고를 이끌어냈다.
또 2007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 비자금 사건에서도 김앤장은 항소심에서 1심의 실형판결을 뒤집고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도 비자금 사건에서 김앤장의 도움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앤장이 재벌과 대기업의 소송대리를 주로 하면서 김앤장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권력을 비호하는 지식엘리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면서 사회정의에 등을 돌린 비윤리적 집단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했다가 8년만에 매각해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김앤장이 론스타를 자문하면서 '매국로펌'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앤장이 일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사건에서 일본 미쓰비시사를 변호하면서 반민족적 이미지는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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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고 |
이런 고민 때문에 김앤장은 사회공헌 활동인 ‘프로보노(Pro Bono)’를 강화하고 있다. 1월 도핑검사절차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아 아시안게임 출장이 어려워진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선수와 김기정 선수를 무상으로 지원해 준 것도 그 일환이다. 덕분에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김앤장은 지난해 5월 사회공헌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봉사센터와 공익법률센터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후즈후리걸에서 프로보노 분야 올해의 10대 우수로펌에 선정됐다. 아시아권에서 선정된 로펌은 김앤장이 유일했다.
후즈후리걸은 “김앤장은 프로보노를 전담하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 매달 2~3개씩 사회공헌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며 높이 평가했다.
◆ 2위권 로펌들의 매서운 추격 버틸 수 있을까
김앤장의 독주가 30여 년간 진행되고 있지만 그 뒤를 따르는 로펌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다른 로펌들이 김앤장의 자리를 빼앗는 일들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재벌총수들의 재판을 독점하다시피 한 김앤장의 경력에 흠이 가기 시작한 건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부터다. 김앤장은 이 사건을 맡았지만 김 회장이 구속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김 회장은 배임혐의로 기소된 2012년 태평양에게 변호를 맡겼다.
또 최태원 SK회장은 지난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변호인단을 태평양으로 바꿨다. 태광그룹도 1심 때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을 떠나 2심에서 율촌에게 변호를 맡겼다. 율촌은 최근 대법원 상고심 승소율에서 김앤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김앤장은 1위라는 점을 내세워 터무니없이 높은 수임료를 받는다”며 “수임료를 일한 시간만큼 받는 로펌업계에서 김앤장이 서류작성에만 공을 들이며 고액 수임료를 챙긴다는 말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앤장은 고객이 많아 한 사건에 다 쏟아부을 필요가 없고 또 앞으로 상대방을 수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앤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송무업무만이 아니다.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 로펌을 평가한 결과 김앤장은 16개 분야 중 12개 분야에서 1위권에 속했다. 2012년 전 분야에서 모두 1위권에 속해있었던 것에 비해 체면을 구겼다. 경쟁로펌인 광장 역시 12개 분야에서 1위권에 속해 김앤장과 양강구도를 이뤘다.
김앤장은 국제통상과 선박금융에서 광장에, 부동산에서 세종에, 조세에서 율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로펌들이 각각 전문분야를 특화해 김앤장을 따라잡았다는 얘기다. 로펌 관계자는 “김앤장이 독보적 지위를 잃은 건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영국 법률전문매체 리걸이즈가 지난해 발표한 평가에서도 김앤장은 광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앤장은 14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광장도 13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광장이 꾸준히 인재영입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높여 온 결과다.
김앤장이 자랑하는 M&A시장에서도 2위권 로펌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김앤장은 2012년 M&A 법률자문 점유율 34.8%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점유율이 26.5%로 8.3%p나 떨어졌다. 김앤장은 경영권 인수 M&A인 바이아웃 딜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영권 인수가 아닌 넌바이아웃딜에서 1위 김앤장과 4위 세종의 점유율 차이는 2%p에 불과하다.
김앤장은 올 1분기 바이아웃딜에서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넌바이아웃딜에서 2조8418억 원의 거래를 성사한 태평양에 뒤진 2조7185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났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경쟁로펌들의 부상에 대해서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평가시점과 기준에 따라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좀 더 긴장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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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
◆ 세계적 로펌들의 진출, 대책은 있나
국내 로펌업계는 시장개방을 앞두고 있다. FTA로 인해 법률시장이 개방되는데 현재 2단계까지 완료됐다. 완전개방인 3단계는 FTA 발효 후 5년 내에 시행하기로 정해져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영국을 포함한 EU에, 2017년 미국에 3단계 개방을 한다.
현재 외국계로펌은 외국법 관련 자문만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3단계 개방이 이뤄지면 외국계로펌은 국내로펌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국내법 사무를 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19개 로펌은 13일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를 출범시켰다. 이원조 협회장은 “외국로펌들이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를 하기 위해 협회를 출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는 외국계로펌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외국계로펌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은 국내로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로펌은 외국계 대형로펌들과 규모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세계3대 로펌 중 하나인 영국의 클리포드챈스는 연 매출이 2조2천억 원이다. 한국 전체 법률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클리포드챈스는 변호사만도 3천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로펌인 김앤장의 세 배를 웃돈다.
시장개방을 앞두고 김앤장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앤장이 그만큼 로펌업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김앤장의 대응에 따라 시장개방 이후 한국 법률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재후 대표변호사는 “김앤장 내부에서도 위기라는 인식은 있다”면서도 “3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으로 토종로펌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외국로펌과 M&A나 동업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서비스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 본다. 그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변호사는 “김앤장의 강점은 우수한 인재들의 협업과 원스톱 서비스”라며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법률시장이 완전개방돼도 김앤장은 살아남을 것”이라며 “규모에 관계없이 한국 법조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법적 이슈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김앤장을 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글로벌 로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은 김앤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앤장은 2011년 이미 홍콩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중국에도 사무소 개설을 검토중이다. 이미 외국기업 M&A 자문 경험이 풍부하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 로펌이기에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해 볼만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