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부사장: 지난해는 기업마다 코로나19로 많이 혼란스러웠다. 재택근무, 비대면 같은 경험해보지 못한 시장변화에 사실상 임원 채용시장도 얼어 붙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방향을 수립했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고 구체적 전략을 짤 수 있는 임원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윤승연 전무: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과감해지고 있다. 내부 발탁 기조에서 벗어나 외부 인재영입을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에 필요한 인재라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아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결정도 주저하지 않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송현순 부사장: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에 지사나 사무소를 열고 연구와 사업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기업은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미국에 지사를 열거나 열 계획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이런 지사에서 일할 지사장급 임원 수요가 늘어났다.
윤문재 부사장: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역동성과 추진력을 갖춘 젊은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산업별로 어떤 특징이 눈에 띄었는지 짚어 줄 수 있나?
윤 부사장: 미국에 'GAFA'가 있다면 한국에는 '네카라쿠배당토'가 있다.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한국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 같은 플랫폼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플랫폼기업의 노하우, DNA를 자기 조직에 이식하고 싶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줄을 섰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출신이라고 하면 일단 인사결정권자의 이목을 끄는 건 어렵지 않다.
이 부사장: 이커머스 관련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로에 따른 비대면 상황에서 기업의 온라인사업 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금융, 소비재는 물론이고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이커머스 임원급 채용이 활발하다. 올해는 특히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같은 대형 커머스 플랫폼기업의 매각이 채용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사업전략, 마케팅, 상품, 영업, 개발을 막론하고 커머스 플랫폼 경력자들이 대기업의 신사업 부서나 신생 플랫폼 기업으로 많이 옮겨 갔다.
윤 전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검토와 대응을 위한 움직임도 볼 수 있었다. 재료나 소재분야의 신사업과 2차전지사업을 위한 임원 채용도 눈에 띄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문가들이 이제 산업을 한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재, 유통, IT기업 출신 임원이 금융권으로 향하고 금융권 경력자가 바이오벤처기업을 두드리고 있다. IT기업 엔지니어가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송 부사장: 맞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임원 영입이 활발했는데 대기업 재직자들의 이동이 많았다. 기업공개(IPO) 기회가 늘어난 만큼 금융권 출신의 재무임원이 많이 합류했다.
- 코로나, 비대면을 제외하고 올해 임원 채용시장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
윤 전무: '속도'다. 임원인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월에 이미 여러 기업이 인사를 실시했다. 새로 선임된 임원으로 하루빨리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부사장: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세대교체'다. 기업마다 젊은 임원을 찾고 있는데 한 우물을 팠던 사람보다 여러 분야에서 두루 경험한 사람을 원한다. 또 한 가지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다. 환경 안전을 강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ESG위원회, ESG추진협의체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조직을 세팅하고 임원 영입에 열을 올렸다. 관련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사실상 인력난이라는 표현을 써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인기가 상승했다. 더구나 대기업은 사회적 혹은 정치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이 부분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윤 부사장: 비슷하다. 올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화두가 여성, 디지털, 세대교체, 글로벌, ESG다. 여성리더십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고 디지털 전환은 위드 코로나시대에 빨라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두드러진 주요 그룹 총수들의 세대교체에 따라 젊은 최고경영자(CEO), 임원을 중심으로 경영진이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의 확보 역시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또한 ESG분야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하여 반드시 구축해야 할 핵심영역으로 주요 기업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 송현순 커리어케어 부사장(왼쪽)과 윤승연 커리어케어 전무. <커리어케어>
- 내년에 여러 정치, 경제적 변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임원 채용시장은 어떨 것 같은가?
이 부사장: 내년 임원 채용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같은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시장상황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 전략기획, 신사업기획처럼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려 들 것이다.
윤 전무: 채용시장에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2차전지, ESG 등을 포괄하는 키워드로 친환경이 많이 거론되지 않을까? 또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이제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여행, 숙박, 면세점, 음식업 등 서비스 기업에서 임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송 부사장: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전략을 짤 수 있는 글로벌 역량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방향을 정립할 수 있는 리더급 인재들의 수요가 식지 않았다.
- 마지막으로 임원 채용시장과 관련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윤 전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임원인사는 롯데 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된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다. 동종업계 내지 유사 산업의 경력자가 아닌 교수를 영입함으로써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수혈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변화다. 그리고 대기업 재무 임원으로 입사한 분도 떠오른다. 새로운 조직에서의 도전을 위해 거액의 옵션을 포기했는데 기존 조직에서 꽤 이슈가 됐다. 새로운 기업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룰 것으로 믿고 응원한다.
이 부사장: 내가 인상적으로 생각했던 포지션은 노무담당 임원이었다. 최근 대기업은 현장직 위주의 노무업무에서 엘리트 노조까지 아우를 수 있는 노무기획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올해 사무직, 연구직노조가 공식출범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채용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늘 놀랍다.
송 부사장: 해외인력을 국내기업으로 영입한다는 게 여전히 쉽지 않다. 아무리 글로벌을 추구한다고 해도 서로 생각하는 직무가 다르고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며 경직된 처우와 직급체계를 고수하면 해외의 유수한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노하우를 이식하겠다는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그치게 된다.
윤 부사장: 얼마 전 만 40세 여성이 5조 기업 네이버 CEO로 선임됐고 40대의 젊은 글로벌 투자, 인수합병(M&A)전문가가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이름을 올렸다. MZ세대가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파격이 지속되면 그 자체가 익숙한 일상이 된다. 임원시장의 역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영 프로페셔널을 찾는 기업의 움직임도 긴박해질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