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1-11-19 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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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나설까?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따른 여행 수요 회복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모든 면세기업에게 기회다.
▲ 유신열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
19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이 내년에 있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입찰 여부를 결정지을 관건은 인천국제공항이 면세점 입찰에 어떤 조건을 내거느냐가 될 것이다”며 “2020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여러 차례 유찰됐던 이유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입찰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을 세 차례나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고정 임대료 방식은 면세점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김해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매출과 연동해 임대료를 부과하는 요율제를 도입해 면세점 입찰이 성공하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도 임대표 부과방식이 변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유신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조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공사 면세점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해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을 끌어올린 좋은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유 대표에게 매력적이다.
유 대표는 신세계면세점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고 있던 2020년 12월1일에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동안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면세특허를 따낸 지 3년 만에 신세계면세점 서울 강남점 영업을 종료했으며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유 대표의 이런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
신세계디에프는 1~3분기에 순매출 1조8363억 원, 영업이익 653억 원을 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순매출은 48.5% 늘었고 영업수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 대표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신세계면세점이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등과 비교해 면세점사업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인 만큼 면세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매장을 확보하는 것 역시 실적 정상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면세사업은 규모의 경제에 따라 구매력(바잉파워)이 결정되는 시장이다. 사업규모가 큰 면세기업일수록 유명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도 쉬우며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유 대표가 지난 10월 진행된 김해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나선 것 역시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DF1(향수, 화장품)과 DF5(피혁, 패션) 등 2개 구역에서 면세사업을 하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에서는 DF3(패션, 잡화)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모두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에서 철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세계면세점이 최대사업자다.
그러나 최대사업자라고 해도 점유율을 현재보다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긴 힘들다. 신세계면세점은 장기적으로 해외 면세점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데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 운영경험은 얻을 것이 너무 많다.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명품장 호황 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은 중요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열풍으로 백화점업계의 명품 매출은 30%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일부 명품 수요가 백화점에서 면세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많은 매장 면적을 갖춘 면세기업의 명품 브랜드 유치가 실적을 판가름할 수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서울 강남점 영업종료 이후 면세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여부도 조건을 확인한 뒤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내년 입찰 진행이 예상되는 구역 가운데 대기업 면세사업자에 배정된 구역은 제1여객터미널 DF2(향수, 화장품), DF3(주류, 담배), DF4(주류, 담배), DF6(패션, 잡화)과 제2여객터미널 DF1(향수, 화장품), DF2(주류, 담배, 포장식품), DF3(패션, 잡화) 등 모두 7개 구역이다.
▲ 신세계면세점 로고.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면세업계의 후발주자로 꼽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면세사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증권가 시각은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으로 엇갈린다.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는 여행수요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공항면세점 매출이 늘어나 면세점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와 괌, 사이판 등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짧은 기간에 즐길 수 있는 단거리 여행지라 해외여행 수요 회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본과 중국도 2022년 1분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감안하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은 4분기부터 증가추세로 돌아서 2022년 2~3분기에 매출 회복강도가 강하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통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면세업계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확산으로 소비자에게 제한적 상품을 향유해주는 면세점 채널은 잠식당할 것이다”라며 “실제 해외에서 직접구매하는 방식이 면세점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보다 저렴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빠른 배송 형태로 진입한다면 소비자들이 굳이 면세점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자상거래를 뜻한다.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직구’,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11번가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 제휴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아마존의 물류거점을 활용한 빠른 직구서비스를 강화한다면 면세점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