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건강보험공단은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 통해 콜센터 직원 1600명의 고용문제를 놓고 소속기관을 통해 고용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내 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의 추진과정에서 공공기관이 별도의 소속기관 설립 방식을 통해 고용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6월까지 공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19만6000명 가운데 72.8%가 본사가 직접고용, 26.3%가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용전환이 추진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콜센터 직원의 고용문제를 놓고 오랜기간 갈등을 겪어온 만큼 이번 소속기관을 통한 사실상의 직접고용으로 나름 절충점을 찾으려고 애쓴 점이 엿보이기도 한다.
소속기관은 별도의 기관장이나 행정관리체계, 규정 등은 있으나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자회사와 달리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법인의 조직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법인의 조직인 만큼 이사장, 이사회, 정관은 같다. 다만 재정운영은 별도의 예산편성을 통해 이뤄진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서울 요양원 등 두 곳을 소속기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김 이사장으로서는 임기 마무리를 앞두고 콜센터 직원 직접고용이라는 주요 현안에서 한고비를 넘은 셈이지만 앞으로 소속기관의 설립 등 추진 과정에서 해야 할 일이 많고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기관이 늘어나는 일인 만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이날 협의된 내용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뒤 후속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김 이사장은 우선 소속기관 설립 및 구체적 전환 규모, 임금체계, 채용방식 등을 놓고 관계부처를 비롯해 건강보험공단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거치도록 방향을 잡았다.
김 이사장은 이날 협의회 결과와 관련해 “노심초사하며 최종 결론을 내려준 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공단 내적으로는 고객센터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생긴 갈등과 상처들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고용방안을 놓고 건강보험공단 안의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로 구분되는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건강보험공단의 젊은 직원들은 올해 6월부터 ‘공정가치연대’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건강보험공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의 직접고용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공정가치연대에는 건강보험공단 직원 1만6천여 명 가운데 2500명 정도가 속해 있다.
공정가치연대는 소속기관을 통한 콜센터 직원 고용 역시 사실상 직접고용인 만큼 공정성에 반하는 역차별이라고 결론을 냈다.
이들은 11월부터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콜센터 직원의 소속기관 전환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제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의 고용문제가 건강보험공단으로 그치는 현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공정성이 문제되는 현안인 만큼 대선을 앞두고 현정부와 여권을 향한 MZ세대의 부정적 기류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인천국제공항의 보안검색요원을 직접고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사태’와 같이 사회의 공정성과 관련된 논란은 여권을 향한 지지에 큰 타격을 줬었다.
취업준비생들도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불공정한 결정이라는 글을 올리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소속기관 설립으로 콜센터 직원을 고용할 것으로 알려진 20일에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 및 소속기관화는 사회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이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청원이유에서 “일자리 측면에서 여러 차례 무분별한 정규직화로 공정한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노력하고 있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허탈감과 상처를 받았다”며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이 주장하는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해답이 공단 직접고용 및 소속기관화는 분명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소속기관을 통한 해법이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지 않게 최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별도의 소속기관을 설립한다고 해서 새로 추가채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1600명을 현재 용역예산 범위 안에서 일정한 채용절차를 거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추가 인력증원이나 예산증액 없이 고용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