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동산정책, 신제윤과 이주열의 반응은?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주택시장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성장파다. 그는 안종범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이끌며 성장 위주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최 후보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에 난색을 표시했다. 일단 기획재정부와 공조해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 후보와 정책 공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후보는 지난 13일 기자들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가능성을 묻자 “지금은 부동산이 한겨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으니 감기에 걸려서 안 죽겠느냐”며 “언제 올지 모르는 한여름을 대비해 옷을 계속 입으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LTV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해당 주택의 시가에 맞춰 일정 비율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규제다. DTI는 개인이 금융회사에 갚아야 할 대출금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빌려주는 돈을 제한한다.


최 후보가 부동산 규제완화를 시사하면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분배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작은 정부와 규제 풀기를 내세운 ‘줄, 푸, 세’ 정책을 만들었다.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2008년에도 “지난 참여정부 정권이 평등과 분배라는 왜곡된 이념에 지배당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 최 후보와 호흡을 맞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도 그와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안 수석은 최 후보와 같이 ‘친박계’ 핵심인사로 알려졌다. 최 후보와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동문으로 친분이 두텁다.


그러나 최 후보의 성장중시 정책은 다른 부처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금융위 안에서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LTV를 완화할 경우 주택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하우스 푸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DTI에 대해서도 “DTI를 완화한다면 소득을 통해 빚을 갚을 능력이 대출금에 미치지 못하는 가계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1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로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당시 정부 브리핑에서 “LTV와 DTI는 어떤 경기대책이나 주택정책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두 규제의) 큰 틀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후보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큰 변화보다 세부적 조정을 통해 최 후보와 의견을 맞출 것으로 봤다.


대표적으로 지역이나 연령대에 따라 LTV와 DTI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 후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려면 LTV나 DTI 등의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며 “지역별이나 연령대별로 (두 규제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TV는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로 비율이 정해진 상태다. DTI는 수도권에 한해 시행되며 서울은 50%, 경기와 인천은 60%로 적용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새 부총리가 임명되면 기획재정부와 정책을 공조하는 면에서 LTV와 DTI 규제에 대한 새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최 후보 간 의견 조율도 관건이다. 이 총재는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해 내수를 늘리려면 (소득)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가 선호하는 성장중심 정책과 배치되는 말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도 두 사람 간에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최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 위주의 적극적 경기부양이 이루어지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국은행과 정부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리정책 결정권은 한국은행에게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셈이다.


다만 이 총재가 최 후보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경제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현재 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6월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대응에 관해서도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