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울시에 2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후보자 가운데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유력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에게 직접 사장 공모에 지원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미 두 번째 공모 때 김 전 본부장을 두고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 신경전이 있었고 이번에 다시 사장 공모를 진행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인사청문회만 남은 상황이지만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에는 전운이 짙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 외에도 서울시 산하기관의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모두 서울시의회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1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에 강규형 전 KBS 이사, 대표에 손은경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임명했고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에 권영걸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장 등 문화 관련 산하기관의 인선을 했다.
이번 문화 관련 산하기관 인사를 놓고는 내정단계부터 노조는 물론 서울시의회에서 반발이 나왔다. 오 시장의 과거 시장 재임 시절에 친분이 있는 인물 위주인 데다 각자 논란거리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안호상 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고 강규형 전 이사는 박근혜 정부 때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을 지내 편향성 논란을 빚은 데다 KBS 이사 시절 업무추진비 부당유용 논란도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 시장의 인사를 놓고 논평을 통해 “회전문 인사, 알박기 인사로 일관하고 있는 오 시장의 인사는 망사(亡事)에 다름 아닐 것”이라며 “서울시 공공기관장은 사적 논공행상을 따져 나눠 갖는 전리품이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놓고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 사이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인선은 양측이 더욱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수도 서울의 주택정책을 맡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이 된 뒤 김현아 전 의원을 지명하며 처음으로 산하 기관장 인선을 진행한 곳이 서울주택도시공사이기도 하다.
서울시의회로서는 김 전 본부장의 사장 임명을 놓고 대응 방침을 정하는 데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임명에서 시의회의 인사청문회는 필수적 절차지만 청문회의 결과가 시장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다수인 서울시의회 내에서는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의회의 분위기에 따라 김 전 본부장의 인사청문회가 일정 기간 지연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 전 본부장의 인사청문회를 열려면 본회의 의결을 통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꾸려져야 하고 서울시의회 정례회는 11월인 만큼 10월 중에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한 임시회가 열려야 한다.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와의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시의회가 인사청문회 개최를 위해 임시회까지 열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다만 끝까지 청문회가 거부될 가능성도 크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시의회의 인사청문회가 거부된 전례가 없는 데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수장 공백이 반년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문회 자체의 거부는 시의회에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결국 김 전 본부장이 이미 임원추천위원회를 통과한 현재 상황에서 오 시장이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면 사실상 서울시의회가 임명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셈이다.
오 시장은 9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김 전 본부장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김 전 본부장은 평생을 시민운동에 종사하면서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에 전념했다”며 “집값이 치솟는 가운데 김 전 본부장 같은 분과 함께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을 했고 그래서 응모를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