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선캠프는 대장동 의혹을 놓고 국민의힘을 향해 일제히 역공을 펼쳤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누워서 침을 뱉은 격이다. 파면 팔수록 야당 인사와 핵심세력의 비리만 드러난다”며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에서 비롯된 법조게이트로 규정했다.
이 지사 캠프의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장동사건을 국민의힘 쪽에서 터뜨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은밀한 거래였다”며 “국민의힘 쪽에서 자살골을 넣은 것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장동 의혹은 이 지사가 경기도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체가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서 시작됐다.
성남시의 대장동 일대에 주택 5903가구의 아파트 등을 짓는 과정에서 민간 시행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련 회사 천화동인1~7호가 수천억 원대 이득을 챙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화천대유의 출자금이 5천만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금 577억 원만 따져 봐도 1154배에 이르는 이익인 셈이다. 여기에 분양매출 이익과 천화동인1~7호의 배당금까지 더하면 이익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률이라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이 지사를 향한 여론의 눈초리가 곱지 않았다.
이 지사는 원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 국회의원을 주축으로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이 예상되던 민간개발사업이었던 것을 그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뒤 공공개발로 전환해 5503억 원 정도의 이익을 성남시로 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방어전에 나섰지만 다수 여론의 눈초리는 곱지 않았다.
정치인생 내내 공정을 강조하고 부동산투기에 매우 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특혜제공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곤혹스런 일이었다.
반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번 의혹 확산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고발청부 의혹’을 받으며 여권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 경쟁자들로부터도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대장동 의혹이 추석을 앞두고 여론의 관심을 사로잡으면서 고발청부 의혹은 사실상 묻혀버렸다. 대장동 의혹이 여권 악재로 인식되며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으로 꼽히는 윤 전 총장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시선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 이 지사는 의혹의 중심에 있었지만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직접 금전적 이득을 챙긴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 국민의힘 재선 의원인 곽 의원 쪽이 분명한 혜택을 본 게 명확히 입증된 셈이다.
퇴직금 액수가 상식 밖일 뿐 아니라 이 돈이 곽 의원에게 제공된 뇌물일 수 있다는 공격이 빗발쳤다. 결국 곽 의원은 이 일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이에 대장동 의혹의 오히려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역풍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의혹의 화살이 국민의힘을 향하게 되면 당내 대선주자들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당내에서도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서둘러 차단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까닭에 상황이 또다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야권은 이 지사의 측근들이 대장동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등 이 지사와 가까운 인물들이 대장동사업의 핵심업무를 담당했고 결국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는 것이다.
야권은 대장동 의혹 관련 특검을 요구하며 이 지사와 여권을 향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 지사가 굉장히 몸조심을 할 만큼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털면 측근이나 가까운 사람까지 다 깨끗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며 측근 때문에 이 지사가 난처해질 수 있다고 봤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지사가 한 푼 안 받았다고 해도 사람을 잘못 쓴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권이 이 지사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나온 증거로는 이 지사에게 직접적 책임을 물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대장동 의혹에서 곽 의원 사례와 같은 돌발악재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TV토론회에서 정책적 이해 부족을 지적받고 있는 윤 전 총장이 대장동 의혹을 빌미로 분위기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주택청약제도와 대북안보 문제와 관련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대장동 의혹 쪽으로 화제를 전환하며 공정‧정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장동게이트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 같은 일은 없을 것이고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이 전국에 수십 개 더 생길 것이고 화천대유의 주인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고 적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