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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경영권 누가 물려받을까

김수정 기자 yeoeuny@businesspost.co.kr 2014-06-13 20: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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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 경영권 누가 물려받을까  
▲ 효성그룹 장남인 조현준 사장(왼쪽)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

효성그룹은 누가 물려받게 되는가?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인가, 아니면 삼남 조현상 부사장인가?

조석래 회장이 16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수백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분식회계를 통해 1천억 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79세의 고령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다.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수술을 받고 투병해 왔는데 올해 초 전립선암까지 얻었다. 의료진과 협의해 재판일정을 결정할 정도로 상태가 위중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재계는 효성그룹 후계자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누가 효성그룹을 물려받을지 오리무중이다.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앞다퉈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형제의 지분율 차이는 1%도 안된다.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의 지분이 누구에게로 가느냐에 따라 승계는 결정된다. 그래서 모두 조 회장의 복심을 주목한다. 한편에서 조 회장 아들 형제의 지분 싸움이 워낙 거칠다 보니 조 회장의 복심이 향하더라도 한 쪽이 승복하지 못해 효성그룹이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는다.

◆ 형제간 지분경쟁 갈수록 치열

조현준 사장이 이달 들어 2일부터 5일까지 3차례에 걸쳐 효성 주식 6만3629주를 사들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조 사장은 주식매입 자금으로 44억 원을 쏟아 부었다. 조 사장은 지분율을 10.14%에서 10.32%로 높였다. 주식 수에서 362만3378주를 지닌 조석래 회장에 비해 불과 995주 뒤져 있을 뿐이다.

그러자 조현상 부사장도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효성 주식 15만9061주(0.45%)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9.18%에서 9.63%로 끌어올렸다. 조 사장에 비해 지분율이 불과 0.69%포인트 적다.

형제는 마치 달리기하듯 경쟁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형이 앞서가면 동생이 바로 쫓아가고, 동생이 바싹 따라붙으면 형이 또 달려나가는 형태로 지분다툼을 하고 있다.

이를 놓고 재계는 경영권 승계 경쟁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효성은 형제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효성에 대한 오너 가족의 지분율은 조 회장 부자를 제외하면 조 회장의 부인 송광자씨가 0.58%, 조 사장의 두 딸들이 0.03%로 미미하다.

효성 형제의 지분경쟁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불을 당긴 것은 이제 효성그룹과 사실상 절연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었다. 그가 지분매입을 통해 7.18%로 형과 동생을 제치고 지분에서 앞서 갔다.

그러자 이듬해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집중적을 지분을 늘려 형들을 제쳤다. 이렇게 되자 장남 조현준 사장도 지분경쟁에 뛰어들어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다며 보유하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이를 계기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또 다시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 ‘공’ 도 ‘과’도 엎치락뒤치락

조현준 사장은 1968년 생으로 2007년부터 효성 사장직을 맡고 있다. 2011년부터 섬유·정보통신 PG장으로 해당사업부의 실적상승을 이끌었다. 또 조 사장은 전략본부장뿐 아니라 섬유와 정보통신 PG장, 효성ITX와 노틸러스효성 등 그룹 경영전반에 폭넓게 참여해 왔다.

특히 효성ITX가 사물인터넷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조석래 회장이 9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오던 한일경제인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대외적으로도 그룹 대표자로서 얼굴을 알렸다.

조 사장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경영리더들과 격의없이 토론하기를 좋아하며, 소탈한 성격으로 각계각층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조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현상 부사장의 행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조 부사장은 큰 형과 세 살 차이 밖에 안 난다. 조 부사장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0년 효성에 입사해 2011년 부사장이 됐다. 현재 산업자재 PG장으로서 효성의 핵심사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타이어코드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고 2011년 세계 1위 에어백업체인 독일 글로벌세이프티텍스타일(GST)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조 부사장은 특히 최근까지 탄소섬유 ‘탠섬’사업을 전담해 그룹 내 입지를 다져왔다. 조 부사장은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화합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형과 지분율 경쟁을 벌여온 데다 올해 초 효성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는 등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위원으로서 그룹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세계 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와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에 선정되는 등 대외적으로도 평판이 좋은 편이다.


형제는 ‘공’뿐 아니라 ‘과’도 함께 나눠 가졌다. 각각 지분 20%씩의 지분을 보유했던 효성토요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한국토요타자동차와 자동차 딜러계약을 맺고 자동차를 판매하고 정비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2009년 설립 이래 5년 동안 한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만큼 극심한 사업부진에 시달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형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분을 똑같이 보유한 대주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효성 경영권 누가 물려받을까  
▲ 탈세 및 배임, 횡령 혐의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석래(가운데)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효성, 장자 승계 전통 유지될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2세 경영인이다.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은 경남 함안 대지주의 집안 출신이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농촌 지도자로 있던 중 삼성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물산을 세울 때 자본금 참여 형식으로 사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조홍제 회장이 이병철 회장과 오랜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회사를 세운 것은 다소 늦은 나이인 54세 때다. 조홍제 회장은 1962년 효성물산을 세워 비로소 독립경영에 나섰다.

이후 효성물산은 1966년 나일론 원사를 생산하는 동양나이론을 설립했으며,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1970년 한일 나일론 인수합병을 시작으로 중공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1970년대 국내 5대 그룹으로 간주될 만큼 급성장했다.

조홍제 회장은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조홍제 회장은 진주 출신의 대지주 집안 딸이었던 하정옥씨와 결혼해 슬하에 3남2녀를 뒀다.

이후 효성의 경영권은 세 형제가 나눠가졌다. 장남 조석래 회장은 효성물산·동양나이론·효성중공업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맡았다. 차남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았다. 3남 조욱래씨는 대전피혁(현 DSDL)의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조석래 회장은 1982년 그룹 총수가 됐다. 이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의욕적으로 효성그룹을 이끌어 왔다.

조석래 회장도 아들 셋을 뒀다. 장남 조현준 사장을 필두로 차남 조현문 변호사, 막내 조현상 부사장까지 일찌감치 효성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자 조석래 회장도 선친이 했듯이 장자를 중심으로 그룹을 넘겨주고 다른 아들들에게 일부를 분리해 물려줄 것이라고 재계는 점쳤다.

그러나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지분을 매집하고 경영일선에서 형제들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효성그룹에서 손을 떼자 경영권 승계 양상이 달라졌다. 장남과 삼남의 치열한 지분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장남 조현준 사장이 아버지 조석래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 구도는 더욱 미묘해지면서 형제의 지분경쟁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 조석래의 복심은 어디로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의 향방은 조석래 회장의 복심에 달려있다. 형제의 지분율 격차가 1%도 안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보유 지분 10. 32%가 누구에게 가느냐가 후계구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2900억 원 정도다. 이 주식을 증여나 승계받는 데 1400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연령이나 건강상태, 재판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오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후계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재판은 16일 시작된다. 조 회장은 검찰이 제기한 각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조 회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조현준 사장이다. 조 사장도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효성 법인자금 16억 원을 횡령하고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 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70억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이 유죄판결을 받고 만에 하나 수감이라도 되면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더욱 혼미해진다.

그래서 장자승계의 전통만으로 효성의 경영권 승계를 섣불리 점칠 수 없다. 조석래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뒤 조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더욱 치열하게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효성그룹의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의 복심에 경영권 승계가 결정되겠지만 조 회장이 지분을 장남에게 물려준다고 해도 다툼을 피하기 위해 계열을 분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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