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법예고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시행령 속에 대기업들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포함시킨 통제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꼼수’가 들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22일 “시행령에 애초 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통제장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조항들이 적지 않다”며 원샷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수정의견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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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원샷법은 공급과잉 산업에 속한 잠재부실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사업구조 재편(합병•분할•양수도 등)을 추진할 때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절차와 규제를 간화하고 자금 및 조세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샷법을 놓고 여야는 격론을 벌였지만 원샷법은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야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업구조 재편이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구조 재편계획 심의위원회가 이를 승인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심의위원회 활동의 주요 내용을 투명하게 공표하도록 하는 등의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재벌이 선제적 구조조정 외에 다른 목적으로 원샷법을 악용할 여지를 차단하는 안전판을 만든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심의위원회의 승인금지 요건을 지나치게 축소해 적용하거나 공표항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며 “애초 마련했던 통제장치가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 11조 5항1호의 경우 심의위원회가 신청기업의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 또는 변경승인하지 않아야 할 사유가 법의 애초 취지보다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사업재편계획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를 ‘직접적으로’ 위한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며 “‘주된’이나 ‘직접적으로’와 같은 자의적인 표현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 제 11조 5항2호의 경우 공정거래법 23조2에 해당하는 행위(일감몰아주기와 총수일가의 부당한 사업기회 유용)만을 계열사에 대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도 문제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김 소장은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이른바 통행세)를 원샷법에 담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부당이익 제공 유형에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7호에 열거된 행위까지 포괄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이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재벌의 원샷법 악용 가능성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오랜 논란을 기억한다면 정부가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이 정부와 재벌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업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불승인 사유를 명백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외부의견을 반영해 ‘주된 목적’, ‘직접적으로’등의 표현을 넣은 것”이라며 “명백하게 규정을 정리한 것이지 불승인 사유를 축소해 ‘꼼수 규정’을 만든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 예고안은 초안 성격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연대의 의견을 검토해 타당성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업계 의견 등을 4월18일까지 청취하고 6월 중으로 시행령을 확정해 공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샷법 시행일은 8월13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