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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은 어떻게 중국의 나폴레옹이 됐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6-13 20: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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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윈은 어떻게 중국의 나폴레옹이 됐나  
▲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010년 6월1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신은 영웅이 될 것이다.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창업주 마윈 회장이 들은 말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마윈을 마이크로소프트(MS)를 만든 빌 게이츠에 비견하며 이렇게 극찬했다. 그때가 2000년이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막 창업하고 손 회장을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마윈은 중국의 영웅이 됐다. 마윈은 올해 알리바바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다. 알리바바의 예상 시가총액은 1700억 달러에서 2천억 달러다. 구글에 이어 전 세계 IT기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마윈은 알리바바 기업공개를 통해 약 16조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윈을 영웅으로 만든 비즈니스 모델은 중소기업 위주의 전자상거래다. 알리바바 창업 당시 전자상거래시장을 주도하던 이베이 등은 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간 거래(B2B)를 했다.

하지만 마윈은 중소기업 중심의 B2B 전자상거래를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중소기업에 특화된 전략을 펼쳤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특성에 맞췄다.

마윈은 10억 명이 넘는 중국 인구를 대상으로 개인 사이의 거래(C2C)도 기업간 거래에 접목했다. 그는 2003년 개인끼리 거래하는 오픈마켓인 타오바오를 열었다. 알리바바의 기업회원과 타오바오의 개인회원 정보를 결합했다.
 
마윈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 제품의 생산 유통과 소비자 스스로 물건을 파는 회원판매를 합친 ‘B2B2C’ 모델을 만들어냈다.

마윈이 내세운 B2B2C 모델은 중국시장에 특화된 독창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 성공한 인터넷기업들은 ‘중국판 트위터’처럼 세계적으로 이미 성공한 아이디어를 빌어왔는데 마윈은 완전히 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윈이 중소업체와 외국고객 기업을 이어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알리바바를 창업했을 때 이런 웹사이트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그는 진정한 혁신자”라고 평가했다.

마윈은 이제 중국의 영웅의 그치지 않고 세계의 영웅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지배한 마윈

알리바바그룹은 2007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80%를 달성한 뒤 7년 동안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2012년 기준으로 알리바바그룹의 전체 거래액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에 이른다.

알리바바그룹 밑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와 ‘톈마오’의 2012년 총 거래액만 합쳐도 173조 원이다. 아마존(611억 달러)과 이베이(141억 달러)의 전체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알리바바그룹을 놓고 “현재의 성공은 아마 겨우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중국 인구 13억명 중 인터넷 사용자로 추산되는 수치가 6억 명이기 때문에 더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윈의 아이디어는 빛났다. 대표적 사례가 ‘광군제’다. 11월11일은 1이 네 번 겹치기 때문에 중국에서 애인이 없는 ‘솔로’들을 위한 날이다. 마윈은 젊은이들이 이날을 기념하는 데 주목했다.

마윈은 2009년부터 매년 11월11일마다 타오바오와 텐마오 등을 통해 대대적인 상품 할인행사를 했다. 이날은 이제 중국의 국민적인 쇼핑일이 됐다. 알리바바그룹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날은 바로 이날이다.

지난해 이날 두 개의 사이트를 이용한 고객은 1370만 명에 이르렀다. 하루 거래액만 351억9천만 위안(약 6조1600억 원)이나 된다. 중국 최고급 백화점인 ‘왕푸징백화점’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을 합친 150억 위안의 두 배가 넘는다.

이날을 기점으로 알리바바그룹의 매출과 순이익은 가파르게 오른다. 지난해 4분기 매출만 따져도 약 3조 원이다. 같은분기에 거둔 순이익만 1조3542억 원에 이른다.

  마윈은 어떻게 중국의 나폴레옹이 됐나  
▲ 강연 중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

◆ 모바일 전자상거래 장악을 준비하다

마윈은 이날의 이런 결과를 보고받고 “나는 이제 이런 수치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더 이상 전자상거래 시장에 관심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마윈의 관심사는 이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경쟁자인 텐센트와 바이두보다 모바일 전환이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리바바그룹의 한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약한 부분을 파악했다면 그건 모바일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마윈은 지난해 9월 메신저 프로그램 ‘라이왕’ 스마트폰 버전을 내놓으면서 모바일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당시 “라이왕의 미래가 알리바바그룹의 미래”라며 “만약 11월 말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이 라이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올해 상여급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윈은 공격적 마케팅을 했고 라이왕은 출시 1개월 만에 사용자 5백만 명을 넘겼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부터 연달아 모바일 관련 6개 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 분야도 SNS부터 지도 내비게이션 앱까지 다양하다. 최근 모바일 브라우저 UC웹의 지분을 90% 이상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마윈이 모바일 환경에서도 소비자들이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공격적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알리바바그룹은 전자결제기업 알리페이를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전자상거래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모바일 이용량은 알리바바그룹 쇼핑 사이트 전체 거래 중 20%를 차지해 2012년 같은기간보다 7.4% 늘어났다.

마윈은 또 다른 수익원으로 해외 전자상거래시장을 지목한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1일 미국에 온라인 쇼핑몰 ‘11메인’을 선보였다. 11메인은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비공개 쇼핑몰이다. 당장은 미국 내 기업과 개인으로 이용이 제한됐다. 그러나 11메인 업무를 총괄하는 마이클 에펠 매니저는 “11메인이 중국 고객과 미국 등 외국업체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못난이’ 영어교사 인터넷에 눈뜨다

마윈은 한 인터뷰에서 ‘못난이 윈’이 별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키가 작고 학벌도 좋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열 번 지원했다가 모두 떨어졌고 취업도 30번이나 실패했다. 마윈이 1999년 알리바바를 창립할 때도 동료 18명과 20평 아파트를 같이 써야 할 만큼 가난했다.

그러나 이제 그 누구도 마윈을 못난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마윈은 122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거부다. 포브스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내 부자 순위 6위이자 세계 부자 순위 395위다. 올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 부자 순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마윈은 재산뿐 아니라 사회적 명성도 함께 얻었다. 그는 2000년 중국 기업인 중 최초로 미국 포브스 잡지의 표지모델이 됐다. 당시 포브스는 그를 “나폴레옹처럼 작은 체구에 나폴레옹 같은 포부를 품은 사나이”라고 평가했다.

마윈은 삶은 극적이다. 그는 1964년 중국 항저우에서 태어나 삼수 끝에 항저우사범학원에 입학해 영어를 배웠다.

마윈은 졸업 후 통역으로 일하면서 1995년 초 미국에 갔다가 인터넷을 처음으로 접했다. 당시 마윈은 이메일도 제대로 못 보낼 정도의 ‘컴맹’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시장이 중국에서도 커진다고 예측하고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마윈은 1995년 4월 중국의 첫번째 온라인기업인 홈페이지 제작회사 ‘하이보네트워크’를 세웠다. 그러나 당시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아 이익을 얻지 못했다. 결국 회사 문을 닫고 관광 가이드와 영어교사를 병행하며 생계를 꾸렸다.


◆ 야후 제리 양과 소프트뱅크 손정의를 만나다

마윈은 1998년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에 취직한 뒤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의 만리장성 가이드를 맡았다. 이때 마윈은 사업구상을 제리 양에게 설명했다. 마윈의 말에 흥미를 보인 제리 양은 2년 후 손정의 회장을 소개했다. 마윈이 알리바바를 창립한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마윈은 단 6분 동안의 연설로 손 회장에게 2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온라인 오픈마켓 타오바오를 설립하면서 시장 1위였던 이베이를 추격할 기회를 얻었다.

알리바바그룹이 성장하면서 2003년 당시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80%대였던 이베이는 3년 만에 3% 선까지 밀려났다. 결국 이베이는 그해 말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알리바바그룹이 시장점유율 70%를 넘긴 2005년 당시 마윈 회장은 이베이와 경쟁을 두고 한 곳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고 전했다.

마윈은 2005년 야후에게 10억 달러를 받고 지분 40%를 건네주는 대신 야후차이나 운영권을 맡으면서 검색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역으로 야후 경영권을 사들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비록 인수는 무산됐으나 지금도 야후는 알리바바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은 어떻게 중국의 나폴레옹이 됐나  
▲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5월10일 항저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군중을 향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49세 인터넷기업 CEO에서 물러나다

마윈은 지난해 1월 갑자기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그는 “내 나이(49세)는 인터넷기업 경영자를 하기엔 이미 젊지 않다”고 했다.

마윈은 그해 5월 공식적으로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분야는 오프라인 물류운송 사업이다. 마윈은 55조 원을 투자한 새 회사 이름을 ‘차이냐오’로 붙였다. 중국 속어로 인터넷을 막 배운 풋내기를 뜻한다.

마윈은 중국 어느 지역이든 상품 주문 24시간 내에 물건을 운송하는 것이 차이냐오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무수한 소규모 소매업체와 인터넷 상거래업체들도 처음에 풋내기였다”며 “전자상거래기업과 물류업체 등이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윈에게 중국인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직접 그를 만나 “마윈은 11월11일이라는 새로운 소비시점을 만들었다”며 “창조경영의 표본”이라고 격찬했다.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 그를 모델로 삼은 동상 ‘우상 마윈’이 세워질 정도다.

다만 마윈은 돌출행동과 국수주의적 태도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마윈은 그의 리더십을 천안문 사태 당시 덩샤오핑과 비교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마윈은 2011년 알리페이를 자회사로 떼어내면서 주요 주주인 야후와 갈등을 일으켰다. 그는 이런 결정을 한 데 대해 “덩샤오핑이 6.4 결정을 내리는 마음으로 알리페이 분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6.4 결정은 1989년 6월4일 덩샤오핑이 천안문 광장에 있던 민주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도록 지시한 것을 뜻한다.

마윈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 알리바바그룹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일었다. 마윈은 “6.4 결정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다고 말했던 뒷문장이 기사에서 빠졌다”며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산아제한을 어겨 벌금형을 받은 장이머우 감독을 옹호하다 ‘보통사람’의 심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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