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간장의 실적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샘표식품은 68년 동안 ‘간장 명가’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최근 3년 동안 간장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돼 실적부진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개선방침을 내놓으면서 규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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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11일 ‘전문 중견기업을 보호한다’는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샘표식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간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샘표식품에 대한 동정은 동반성장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왔다. 김종국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샘표식품을 직접 언급했다.
김 사무총장은 “샘표간장의 경우 간장 전문기업으로 한 우물만 팠는데 중소기업을 넘어서면서 적합업종으로 규제를 받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한우물을 판 전문기업의 경우 어디까지 보호받고 어디까지 규제받을지 새롭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샘표, 규제받고 3년간 쓴맛 봤다
동반성장위원회는 3년 전 간장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그 뒤 샘표기업은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샘표식품은 2010년부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는데, 더 이상 간장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늘릴 수 없게 됐다. 매출 1500억 원이 넘어서거나 종업원 300명 이상을 채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샘표식품은 규제를 받지 않은 대상에게 시장을 빼앗겼다. 샘표식품의 간장류 시장점유율은 2011년 50.6%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48.8%로 떨어졌다.
반면 경쟁사인 대상은 2011년 19.4%에서 지난해 24.1%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샘표식품과 대상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08년보다 4.8%포인트 좁혀졌다. 샘표식품이 더 이상 시장확대 전략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간장류 제품을 인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그 결과 샘표식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나 급감했다. 장류 매출은 2011년 1420억 원, 2012년 1452억 원으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샘표식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품목인 간장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음용식초마저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국내 장수기업 가운데 하나다. 샘표식품은 1946년 창립 이후 전통 장류 한우물만 팠다. 창업주 박규회 회장에서 아들 박승복 회장을 거쳐 손자인 박진선 사장이 18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사장은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주력사업을 키우지 못하고 해외시장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샘표식품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스페인에 장류를 수출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세계시장에 샘표가 직접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의 경우 국내에서 어느 정도 제품이 질이 검증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묶여 국내에서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해외에서만 내놓을 경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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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이 11일 열린 제28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 동반성장위 기준 재정비를 둘러싼 논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 3년 만에 대폭 손질했다. 당초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1일 회의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운영 개선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나거나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규제는 지양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업종에 한해 최소로 적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다시 지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일부 중소기업의 독과점 문제와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이해당사자 간 자율합의로 결정한다’를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필요할 경우 적합업종 조기해제 △적합업종 재지정 제외범위 확대 △적합업종 신청자격 강화 등 대기업들의 요구사항이 많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시장을 철수한 뒤 소수 중소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경우에 해당품목이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 김종국 사무총장은 “예컨대 세탁비누는 LG생활건강이 철수하면서 중소기업인 무궁화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럴 경우 적합업종 지정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금까지 두부 간장 제과점 음식업 등 100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 중에서 82개 품목이 올해 3년 기간이 만료돼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특히 동반성장위원회는 올해부터 3년이 아닌 1~3년으로 기간을 차등적용하는 방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단체는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올해로 마감되는 82개 모든 품목에 대해 다음달 10일까지 재신청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단체가 재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동반성장위의 이런 방침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기업 주장을 근거로 한 왜곡된 내용이 확대재생산되는 현실에 억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반발했다.
소상공인협회 최승재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동반위가 결국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면서 “천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의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