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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대북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나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2014-06-12 21: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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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대북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서 임직원 1만여 명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정몽헌 회장의 대형 모자이크 사진 중 마지막 한 조각을 끼우고 있다.<뉴시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적통을 잇는다는 명분이자 경영의 덫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지난해 7월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 때 “당신의 꿈, 우리가 이루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 약속은 현 회장이 지난해 말 자구책을 내놓을 때도 지켜졌다. 현 회장은 현대아산을 버리지 않고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사 매각을 선택했다.

현대아산은 정몽헌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받은 회사다. 현 회장도 여전히 그 꿈을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중단 이후 건설사업을 벌이는 등 수익성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아산이라는 이름을 지켜 대북사업의 명분은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과 타협해 가고 있는 셈이다.

◆ 현대아산 사업다각화, 건설사업이 80%

현대아산은 지난 2일 임직원 30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대기 발령자 중 17명은 건설, 8명은 관광경협, 5명은 경영지원 부문 인력이다. 현대아산은 "추진하던 주택사업 등이 종료되면서 유휴인력을 대기발령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의 한 직원은 "금강산 관광 중단 후 5년 동안 늘어난 것은 가족이고 줄어든 것은 직원"이라고 말했다. 대북사업의 정체 기간이 그만큼 오래됐고 현대아산은 계속 인력을 줄여왔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본 손실은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1조 원 수준에 이른다.

현대아산은 건설부문을 통한 수익성 다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답보상태다. 현대아산이 지금까지 벌인 사업 중 건설부문의 비중은 전체의 86%에 이른다. 현대아산이라는 이름은 지키고 있지만 대북사업 중단이라는 현실을 수용해 사업내용을 바꿔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건설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매출 1468억708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이상 증가했지만 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아산의 최근 5년 동안 손실규모는 1203억 원에 이른다. 현대아산은 여전히 매년 계열사로부터 100억 원에서 200억 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현대아산은 한때 임직원 수가 1천여 명이나 됐다. 그러나 현재 전체 임직원 수는 300여 명에 불과하다. 현대아산은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 회장에게 대북사업은 애증의 관계다. 투자대비 이익은 적고 위험변수는 너무 많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다. 남편의 유훈을 받들어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끊임없이 대북사업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경협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보수단체는 사업중단을 외쳤고 관광객도 1백 명 아래로 줄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대북사업을 이어갈 것을 고수했고 북한과 면담을 통해 다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켰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또다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전면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개성관광은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 회장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벌써 5년째 대북사업은 중단되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에도 남북협력에 앞장서 나갈 것을 다짐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3년은 남북관계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컸던 해였다”며 “이런 단기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상호협력과 공존, 평화와 번영의 큰 흐름은 우리 역사의 한 축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에 현대그룹의 소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 회장도 대북사업을 벌여 나가는 과정에서 남편의 유지와 반대의 행보를 보인 적도 있다.

정몽헌 회장은 유훈에 김윤규 부회장에게 대북사업을 이어가게 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현 회장은 2005년 열린 이사회에서 김윤규 부회장을 개인비리 등을 이유로 해임했다. 김윤규 부회장은 정주영 회장, 정몽헌 회장과 함께 대북사업을 이끌던 핵심이다. 현 회장은 김 부회장이 회사 대여금을 쓰고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는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이유를 들어 물리쳤다.

현 회장은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되 김윤규 부회장을 대북사업의 중심에 그대로 놓아두는 한 대북사업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다고 보고 김윤규 부회장을 퇴출시켰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현 회장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대북사업 방식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어서 대북사업 방향을 놓고 김윤규 부회장과 상당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대북사업에서 퍼주기 식보다 주고받는 비즈니스 방식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현 회장의 생각은 그 뒤 대북사업에서도 부분적으로 관철됐다.

  현정은, 대북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나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정몽헌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뜻을 잇겠다는 정몽헌 회장의 뚝심으로 추진됐다.

정주영 회장은 1989년 처음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금강산 남북공동개발의정서를 체결했다. 그 뒤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평양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합의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정 회장 부자는 그해 11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금강산 관광선인 ‘현대금강호’를 동해항에 띄웠다. 현대그룹은 다음해인 2000년 정주영 회장의 호인 아산(峨山)을 따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을 설립했다.

정몽헌 회장은 2000년 6월 현대아산의 회장이 됐고 2001년 정주영 회장이 타계한 이후에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을 이끌었다.

특히 2002년 정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고 다음해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할 당시 발견된 유서에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란다”라고 남겼을 정도로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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