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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걸음마' 국내기업, 과연 쫓아갈 수 있을까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6-03-10 1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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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걸음마' 국내기업, 과연 쫓아갈 수 있을까  
▲ 한 시민이 10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구글 등 글로벌기업이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한 것과 달리 국내 인공지능산업이 처한 현실은 초라하다.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등이 ‘인공지능 육성’을 강조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뒤늦게 산업육성을 위해 나섰지만 지원안 규모가 작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국, 인공지능 '걸음마 수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10일 이세돌 9단과 대국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9일에 치러진 첫번째 대국 승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바둑은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절대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분야로 여겨졌는데 알파고가 이 통념을 무너뜨렸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프로 5단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았는데 약 5개월 만에 프로 최정상급 실력을 지닌 인공지능으로 거듭났다.

구글이 보유한 인공지능의 수준높은 기술력이 ‘알파고’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IBM의 왓슨을 비롯해 소프트뱅크의 감정인식로봇 ‘페퍼’ 등 글로벌 선진국의 IT기업은 이미 인공지능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정해놓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인공지능산업계가 처한 현실은 초라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내놓은 ‘2015년 ICT기술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은 선진국보다 약 2.6년 뒤쳐져 있다.

2~3년 전에 알파고가 아마추어 수준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국내에는 정부가 주도해 세운 인공지능 전문 연구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일부 대학이 중심이 돼 이 사업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데 인력이 모자라 인도 등 해외 연구진을 끌어올 정도로 기반이 빈약하다.

◆ 인공지능 투자 강조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중요성은 정부와 기업 모두 인식하고 있다.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등은 앞다퉈 인공지능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걸음마' 국내기업, 과연 쫓아갈 수 있을까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을 사물인터넷과 3D프린터 등과 함께 두산그룹이 투자해야 할 미래사업으로 지목했다.

박 전 회장은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 대응해 과감한 혁신과 투자에 나서겠다”며 “이를 통해 두산그룹이 시장을 선도하는 개척자가 되고 산업발전과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중심이 돼 인공지능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알파고나 IBM의 왓슨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이 지금까지 인공지능사업에서 거둔 성과는 미미하다.

다방면의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연산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나 체스 등 게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제품을 만든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정부보다 기업이 중심이 돼 인공지능 강화를 외쳐왔다”면서도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등 사업육성을 외치고 있는 대기업조차도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은 미약하다”고 말했다.

◆ 뒤늦게 나선 정부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8일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 콘퍼런스에 참석해 “민간과 협의해 인공지능사업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미래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만드는 인공지능 연구소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걸음마' 국내기업, 과연 쫓아갈 수 있을까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9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서울 포시즌스호텔을 찾았다.
최 장관은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열린 서울 포시즌스호텔을 찾은 자리에서도 “우리도 조금 더 준비하면 선진국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인공지능(AI)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이런 인공지능 육성전략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세계와 비교했을 때 국내 인공지능산업 육성에 들어가는 투자가 초라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사업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하기 위해 최신 컴퓨터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1202개나 연결해 사용했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글은 2014년에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인수하기 위해 4억 달러를 쓰기도 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8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반면 미래부가 올해 국내 인공지능사업 육성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300억 원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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