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시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오 시장의 공약사항인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는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오 시장은 취임 한 달 뒤인 5월에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등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완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완화방안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규제완화는 오 시장이 보궐선거 당시 전면에 내세웠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재건축 규제와 관련해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은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단지는 서울시가 인허가 등 절차를 서두를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의 재건축 추진단지에는 대치 은마, 압구정 현대, 잠실 주공 5단지 등 관심이 높은 곳이 포함돼 있다.
재건축 추진이 걸려있는 지역에서는 오 시장을 향한 실망도 내보이고 있다.
오 시장이 내걸었던 재건축 규제완화의 추진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서울 강남 일대의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 등은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를 구성해 단체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으로서는 무작정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데 속도를 내기에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서울의 부동산 시세 상승이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세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는 자칫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시세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오 시장도 섣불리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추진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 시장이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공약했는데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근래 최고치를 보였다”며 “재개발·재건축 완화정책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일인지 고민이고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 역시 서울시의회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협력이 절실한 만큼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재건축은 시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재개발처럼 원칙을 정해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각 단지별 실행을 통해 정책변화를 느끼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으로서는 하반기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장으로서 추진 가능한 영역에서 최대한 추진력을 보여주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 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임명과 관련해 김현아 전 후보자의 낙마 이후 5일만에 사장모집 재공고를 내는 등 신속하게 후임 사장을 임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인사교체 역시 오 시장에게는 중요한 사안이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결정하는 권한 등 서울시 주택계획의 핵심기구로 민간 재건축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등이 도시계획위원회에 멈춰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 공무원, 구청장, 시의회 의원, 기타 전문가 등 25~30명으로 구성되는데 하반기에 3분의1을 웃도는 10명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서울시장의 권한이 큰 만큼 오 시장으로서는 뜻을 같이 하는 인사로 새 위원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오 시장은 새 도시계획위원회 구성과 함께 올해 안으로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플랜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서울시장이 서울의 공간구조를 비롯해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도시계획이다. 5년마다 20년 단위로 정책이 마련된다.
서울플랜에는 한강변 35층 층고제한, 용적률 제한 등 중요한 건설규제 등이 담겨 있기도 하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였던 3월 “용적률도 상위법령과 동일하게 높이고 한강변 35층 층고제한도 없애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