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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책임총리는 희망사항?

강우민 기자 wmk@businesspost.co.kr 2014-06-11 14: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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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책임총리는 희망사항?  
▲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11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에서 책임총리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책임총리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점에 비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문 후보자의 생각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자는 11일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는 자리에서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저는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놓고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예민한 문제에 대해 대답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자는 10일 총리 후보 지명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총리가 아닌 총리 후보자, 총리 지명자에 불과하다”며 “국회에서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겸손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총리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언론인으로 현실 정치를 오랫동안 지켜본 만큼 대통령제 아래에서 총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문 후보자로서 박 대통령이 원하는 총리관이 책임총리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안대희 전 후보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책임총리제 공약을 세우기도 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안 전 후보자가 지명된 뒤 책임총리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교육부총리제를 신설해 총리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총리 신설을 통해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 ‘3두 체제’로 내각을 운영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내세우면서 개각을 하는 과정에서 대두됐던 책임총리에 대한 기대는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총리의 위상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총리 관련 발언을 놓고 여러 해석이 일자 문 후보자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발언의 취지에 대해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는 "총리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할하면서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개조, 즉 비정상의 정상화, 안전혁신, 공직개혁 및 인사혁신, 부정부패 척결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현재의 정부조직법과 앞으로 국회에 제출할 정부조직법안에 따르면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사회문제와 교육은 사회부총리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맡도록 돼 있다"며 "총리는 이를 전체 입장에서 최종 조정하고, 나머지 국정전반에 대해서도 통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김기춘 실장과 맺은 인연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줬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며 “그런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문 후보자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지냈는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재단 이사장이었다.

문 후보자는 또 "야당이 그동안 써온 칼럼을 문제삼아 극단적 보수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시간이 없고, 오늘부터 열심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제네시스 승용차를 직접 몰고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했다.

문 후보자의 책임총리 발언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문 후보자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또다시 대독총리 역할을 하려는 것인가"라며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왜 정홍원 총리를 경질해야 하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문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해 험난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특히 김한길 대표는 “인사참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에 대해 "새로운 것과 정반대인 분"이라며 "국민통합을 이끌기에 한 쪽에 치우친 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불통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해주는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문 후보자에 대해 "전직 대통령을 조롱한 인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는 문 후보자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칼럼을 통해 비판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목한 발언이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안타깝다"라고 글을 써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안 대표는 "건전한 비판과 모욕이나 조롱은 구별돼야 한다"며 "정치도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수첩을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수첩인사 할 건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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