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저스트 드라이브(Never Just Drive)’.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의 모토다. 단순히 운전만 하지 말고 ‘운전의 즐거움(Fun to Drive)’을 통해 운전 그 이상의 재미를 추구하라는 뜻이다.
현대차는 아반떼N으로 국내 고성능차시장 확대를 노린다. 아반떼N은 현대차의 바람을 충족할 수 있을까?
아반떼N을 직접 타봤다.
◆ 아반떼N, 강렬한 빨간 디자인만큼 역동적 성능 갖췄다
3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미디어 대상으로 아반떼N 익스피리언스 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아반떼N에 N DCT패키지, N라이트 스포츠버켓시트, 현대 스마트센스, 컨비니언스, 컴포트II 등 선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이 들어간 약 3600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아반떼N을 봤을 때 차량 외관을 전체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바닥에 낮게 깔린 빨간색 얇은 줄 장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반떼N은 전반적으로 아반떼의 모양을 하고 있는 만큼 얼핏 보면 일반 아반떼와 구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차량 전면과 측면, 후면에서 차량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빨간색 장식은 차체를 전반적으로 낮아보이게 하는 동시에 차량 곳곳에 박힌 N 앰블럼 없이도 이 차량이 속도를 중시하는 아반떼N임을 단번에 알려줬다.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후면 날개 형태의 스포일러(차 뒷부분을 누르는 역할을 하는 부착물) 역시 아래쪽 대구경 머플러와 어울리며 아반떼N만의 정체성을 보였다.
▲ 현대차 '아반떼N' 후면. <비즈니스포스트> |
차량 내부도 스티어링휠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좌석시트, 차량 손잡이까지 N만의 감성으로 가득했다.
운전석은 조수석과 손잡이 형태의 칸막이로 구분돼 독립된 조종석의 느낌을 줬는데 특히 검은색 스티어링휠 좌우에 달린 하늘색 N버튼과 오른쪽에 있는 빨간색 N그린시프트 버튼이 존재감을 보였다.
이날 시승은 크게 산길을 주행하는 ‘로드투어’와 실제 인제스피디움 코스를 달리는 ‘서킷드라이브’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아반떼N을 ‘일상의 스포츠카’라고 소개하는데 시동을 걸자 이에 어울리는 웅장한 소리가 났다. 낮은 운전석 시트 역시 역동감을 더했다.
스티어링휠은 예상보다 무겁고 묵직했다.
▲ 현대차 '아반떼N' 운전석. <비즈니스포스트> |
‘노멀모드’에서 ‘스포츠모드’와 ‘N모드’로 바꿔가며 40분 가량 로드투어를 진행했는데 각 단계별로 스티어링휠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엔진소리 역시 더 커졌고 가속페달도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N모드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간헐적으로 들리는 경쾌한 후연소 사운드, 이른바 팝콘 사운드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이날 시승행사를 진행한 정병민 인스트럭터는 “아반떼N은 노멀과 스포츠, N 등 각 모드별 서스펜션 등 차량 세팅 차이가 큰 점이 장점이다”며 “노멀 모드에서는 일상에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N모드에서는 서킷을 충분히 즐길 정도의 고성능차의 성능을 낸다”고 말했다.
아반떼N에는 차로유지보조, 전방충돌방지보조, 후측방추돌방지보조, 안전하차경고, 후방교차충돌방지모조 등 다수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탑재돼 일상의 안전주행을 돕는다.
다만 준중형세단인 만큼 가족차로 선택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다. 뒷좌석에 앉자 머리 위 공간으로 주먹 하나도 채 들어가지 않았다. 키가 조금 큰 성인 남성이 앉는다면 머리가 차 천장에 닿을 듯했다.
◆ 아반떼N 본 매력은 서킷에서, 국내 고성능차시장 열 매력 충분
서킷드라이브에서는 고성능차로서 아반떼N의 매력을 확인했다.
스티어링휠의 N그린시프트 버튼를 누르면 20초가량 동력성능을 높일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순식간에 시속 170km를 넘어갔다.
아반떼N은 2.0터보 플랫파워 엔진에 8단 습식DCT(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돼 최고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40kgf·m의 힘을 낸다. N그린시프트를 작동하면 터보 부스트압을 높여 최대출력을 일시적으로 290마력까지 끌어올린다.
아반떼N은 N 모델 가운데 최고수준인 시속 250km까지 속도를 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3초에 그친다.
브레이크 성능도 훌륭했다.
▲ 현대차 '아반떼N' 앞바퀴. <비즈니스포스트> |
아반떼N에는 360mm 직경의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에 고마찰 패드가 적용됐다. 서킷 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힘 있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를 안정적으로 제어했다.
모터스포츠 발달로 일찌감치 고성능차시장이 성장한 유럽과 달리 국내는 여전히 고성능차를 향한 수요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성능차시장은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는데 현대차는 이를 노리고 아반떼N에 강원 인제나 전남 영암 등 국내 서킷을 달리는 모터스포츠에 최적화한 기능들도 다수 담았다.
아반떼N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N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들어가면 강원 인제나 전남 영암 등의 서킷 코스를 볼 수 있다. 서킷에서 운전자의 위치와 동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N트랙맵’, 레이스트랙 주행시간을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랩타이머’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 현대차 '아반떼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나온 인제스피디움 서킷 코스. <비즈니스포스트> |
현대차는 아반떼N을 출시하며 N 전용 애플케이션도 선보였는데 여기서는 실제 서킷 주행기록을 구간별 RPM(엔진회전수), 브레이크, 스피드 등으로 나눠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현재 인제스피디움 기준 서킷 운전을 즐기러 오는 일반차량의 60~70%는 벨로스터N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반떼N은 현대차가 i30N과 벨로스터N, 코나N에 이어 4번째 내놓은 N모델이자 N 브랜드 첫 번째 세단이다.
아반떼N은 현대차의 대표적 볼륨모델로 기존 N모델과 비교해 인지도 측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현대차는 이번 아반떼N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아반떼N을 내놓으며 현대카드 현대캐피탈과 협업해 전용 구매 프로그램를 내놨고 8월 저금리 할부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프로모션도 진행하며 판매 확대에 힘을 실었다.
▲ 현대차 '아반떼N' 인제스피디움 서킷 주행 장면. <현대자동차> |
현대차가 아반떼N을 통해 국내 고성능차시장을 넓히는 일은 브랜드 인지도 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자동차 성능을 중시하는 마니아층은 대부분 매우 높은 브랜드 충성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N 모델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현대차 전체의 브랜드와 기술 이미지 강화로 이어져 N 모델뿐 아니라 기본모델 판매, 향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N을 수동변속과 자동변속 2가지 모델로 운영한다.
판매가격은 △6단 수동변속기 3212만 원 △8단 습식DCT 3399만 원이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아반떼N 8단 습식DCT 모델의 공식 복합연비는 리터당 10.4km다.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40분 동안 과격한 서킷 운행 등을 마친 아반떼N의 연비는 리터당 5.7km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 현대차 '아반떼N' 트렁크 공간. 빨간색의 리어 스티프바를 놓아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빨간색을 통해 디자인적 요소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