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보수 옷 입고 중도층 확장 계속, 국민의힘에서는 의문의 시선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2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입당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전격 입당과 별도로 중도층 확장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는데 믿을 것은 본선 경쟁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2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으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 쪽을 집중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7월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당의 외연을 넓히고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국민의힘 입당 뒤 첫 행보로 2030세대 청년층을 만나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가상자산과 청년농업 등 여러 청년정책에 관한 논의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외곡에서 이른바 중도지대에 있는 인물들의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7월31일 금태섭 전 의원과 깜짝회동을 했다. 8월1일에는 '청년인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 김인규씨를 영입했다. 

이 밖에 윤 전 총장이 직접 거리로 나가 당원 배가 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캠프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당원을 영입함으로써 당내에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데다 본경선에서 당원 득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 당 밖에서 중도층 확장에 힘써왔다. 그는 정치기반이 빈약한 터라 지지율이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데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보수 이념의 틀에 갇혀 중도층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시점은 계속 앞당겨지는 분위기였고 결국 8월 중순이라는 일반적 관측을 깨고 7월 말에 입당을 결행했다.

흔들리는 지지율과 여당과 언론의 검증 공세에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적 울타리가 시급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보통 피하게 마련인 도쿄올림픽 기간 중에 이뤄진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보수의 옷을 입게 됐다. 하지만 그의 중도층 확장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은 7월30일 보도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후보가 되면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정당이 되도록 힘쓰겠다"며 "정당이 이념적 지향점 같은 걸 지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정당에 입당한다고 해서 그 정당이 그동안 국민에 보여준 이념적 특성에 매몰돼 그대로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그렇게 해서 집권하기도 쉽지 않고 집권해도 결국 반쪽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의도가 현실화할 수 있느냐이다.

그동안 보였던 중도층 확장 행보를 놓고 득점보다 실점이 더 많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를테면 대구, 광주, 부산 등을 방문해 민주화운동 기념장소를 두루 찾았지만 1987년 이한열 열사(당시 연세대 학생)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장면을 두고 1979년 ‘부마항쟁’ 때 일이라 했다. 윤 전 총장은 1979년 대학에 입학했다. 

이뿐 아니라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 노동’, ‘민란 발언’ 등 각종 구설수에 계속 휘말렸다. 심지어 이날도 ‘부정식품’ 발언으로 또 논란을 불러왔다. 듣기에 따라 가난한 이들은 부정식품을 먹어도 된다는 말이 된다. 

민생과 중도확장을 위한 행보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120시간 노동', '민란' 발언에 이어 부정식품 발언을 접하고 윤 전 총장의 평소 철학이 뭔지 의문이 든다"며 "가난하다고 부정식품을 먹게 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로운 보수는 자유뿐만 아니라 정의·공정·평등·생명·안전·환경이라는 헌법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성장뿐만 아니라 복지와 분배도 추구해야 한다"며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고 덧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윤석열의 '주120시간 근무' 발언을 놓고 "정치인이 된 이상 그런 빌미를 잡히지 않도록 정제된 용어를 사용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이 과연 중도층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싹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X파일에 따른 검증 공세와 별도로 중도층의 마음을 들고올 정치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 전 총장의 역량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중도나 호남 등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놓고 "서울시장선거에서 그게 아님을 입증했다"며 "그건 결국 후보하기 나름이고 젊은 세대나 호남 확장은 당 안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