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재수감됨에 따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추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메가시티 추진은 김 전 지사가 앞장서온 사업인데 일단은 일정표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수 없는 부울경 메가시티 흔들리나, 걱정 딛고 일단 일정표대로

▲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이 29일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개소식에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박형준 부산시장,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 송철호 울산시장,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하병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등은 29일 오후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개소식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메가시티 설치를 위한 상호협력을 약속하는 6자 협약식도 함께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부·울·경 3개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합동추진단은 2022년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특별지방자치단체 기본계획 수립 △규약 제정 △광역의회 설치 종합계획 수립 등을 추진한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모두 25명 직원을 파견해 1국 2과 6팀으로 합동추진단 조직을 구성하고 업무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서 경상남도는 김경수 전 지사 대신 하병필 지사권한대행이 참석했다. 김 전 지사가 21일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재수감되면서 하 대행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의 재수감에 따라 지역사회 중심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지사가 그동안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메가시티는 생활·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돼있는 인구 1천만 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뜻한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로 묶어 메가시티를 만든다는 것인데 수도권 쏠림현상을 막을 '제2의 수도권'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찍이 김 전 지사는 2019년 12월부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필요성을 내걸었다. 사실상 최초 제안자인 셈이다. 이듬해인 2020년 2월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회'에서 메가시티 구축의 구체적 청사진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보고회에 참석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균형 뉴딜을 선도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을 한껏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2021년 6월 정부가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승인하며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었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 선고 하루 전인 7월20일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에서 다음 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지사가 메가시티사업에 앞장선 덕분에 이른바 '김경수효과'로 이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의 재수감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은 김 전 지사 재수감과 무관하게 메가시티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 시장은 21일 오후 김 전 지사 공백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그동안 김 지사와 동남권 메가시티, 지역인재 혁신사업, 기타 협업사업들 기반이 워낙 튼튼하게 다져져 있는 상황이다"며 "울산과 경남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협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도 26일 성명서를 내고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이 경남지사 공백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특별지자체는 개인이 아닌 시스템이기 때문에 특정 지자체장 한 사람의 공백이 특별지자체 추진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 대행체제로 바뀐 경상남도 역시 차질 없는 메가시티사업 추진을 강조했다.

하 대행은 21일 오후 2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기존 도정 운영방향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현안 사업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박종원 경제부지사에게 관련 추진 업무를 계속 맡아주길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울산·경남은 김 전 지사의 공백과 무관하게 예정된 일정에 맞춰 움직였다.

26일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부·울·경 스타트업데이 개회식'을 개최했고, 27일에는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 공동단장 회의를 열었다. 

29일 열린 합동추진단 개소식 및 협약식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사업에 새로운 동력이 실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응원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전 지사가 못다 이룬 동남권 메가시티는 내가 완성하겠다"며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 지역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김경수 지사가 지사로서 일하기는 어렵게 됐으나 그가 추진해온 정책은 올바른 정책이다"며 "부·울·경 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울·경이 우리나라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가덕신공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재 박형준 시정이 추진하는 것들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