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면세점의 공세에 중국 진출로 대응하는 강수를 던졌다.

이 사장은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화장품 소싱(대외구매)능력 등에서 중국 면세점들을 압도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Who] 호텔신라 중국면세점 진출 강수, 이부진 구매역량 믿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29일 증권업계 분석을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이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합작법인을 세워 중국 면세점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라면세점이 손잡은 하이요우면세점은 상품 구매역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경쟁력 등의 측면에서 경쟁사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 대비 열세에 있다”며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소싱 능력에 있어서 압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전략적 제휴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2020년 매출 기준 글로벌 면세점 순위 3위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상품소싱 능력을 높여왔다.

특히 국내 면세점이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것만큼 글로벌 화장품 소싱에서는 중국 면세점과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면세점에서 수년 동안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스티로더 갈색병 에센스(100ml)를 신라면세점에서는 현재 140.7달러(16만1833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중국 최대 면세점인 CDFG는 같은 제품을 신라면세점보다 1만4천 원 정도 높은 995위안(약 17만6천 원)에 판매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한국 인터넷 면세점의 주요 인기 수입화장품 가격은 중국 면세점보다 약 21%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면세점은 2019년 에스티로더와 손잡고 ‘래디언트 스킨 에센셜’ 컬렉션을 단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이 화장품 면세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만큼 글로벌 화장품기업들도 전략적 협업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LG생활건강의 ‘후’,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은 2배가량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도 있다.

이 사장은 신라면세점의 화장품 경쟁력을 활용해 상품소싱은 신라면세점이 담당하고 면세점 운영은 하이요우면세점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중국 면세점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신라면세점은 상품소싱 마진과 지분법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업무협약(MOU)만 맺은 상태로 합작법인 설립일이나 구체적 협력방안 등은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신라면세점이 규모를 통한 바잉파워가 있는 만큼 상품소싱은 우리가 맡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급격히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 면세점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면세점사업은 코로나19와 더불어 중국의 ‘면세점 굴기’로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중국 면세점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한국 면세점을 찾던 따이공들이 중국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7월 하이난성에 새 면세정책을 도입했다.

하이난성 방문 여행객 면세 한도를 1인당 3만 위안(약 500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800만 원)으로 3배 이상 높이고 하이난성을 떠나도 6개월(180일) 이내면 온라인으로 면세 쇼핑하는 것을 허용했다.

중국 정부의 면세점 친화정책에 힘입어 하이난성 면세점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하이난 면세점시장 매출 규모는 온라인을 포함해 320억 위안(약 5조66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600억 위안, 2022년에는 1천억 위안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호텔신라 중국면세점 진출 강수, 이부진 구매역량 믿어

▲ 신라면세점 서울점.


게다가 하이난성 면세특구에 ‘거주자 면세점’ 특례가 적용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관광객에게만 주어졌던 면세권한을 하이난성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에게도 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020년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하이난성이 중국의 대표 쇼핑지로 자리매김한다면 쇼핑을 목적으로 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한국 면세점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신라면세점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신라면세점이 손을 잡은 하이요우면세점은 중국 국영기업인 CDFG보다 경쟁력이 약하고 최근 1년 사이에 하이난성에만 5개의 면세점이 문을 여는 등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 신세계면세점이 하이요우면세점에 한국상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계약이 끝난 적도 있다.

또 면세점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상품소싱만으로는 의미 있는 실적을 낼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종대 연구원은 “신라면세점이 합작법인의 대주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상품소싱과 판매 전반을 주도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유통채널을 해외업체에 주기 싫어하는 중국 정부의 성격상 이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며 “신라면세점이 상품소싱만 담당한다면 기대보다는 의미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