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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제일제당이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1938년 3월 대구에서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창업했다. 그는 삼성상회에서 섬유, 무역업, 설탕사업을 시작하며 사업기반을 다졌다. 이것이 현재 각각 제일모직, 삼성물산, 제일제당의 뿌리가 됐다.
한 뿌리에서 출발한 3곳은 세대를 거쳐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맞물려 서로 다른 길을 가려는 채비를 더욱 서두르고 있다.
제일제당은 이병철 창업주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들고 나와 CJ그룹의 모태로 거듭났다. 제일모직은 삼성SDI와 합병된 뒤 그 이름이 삼성에버랜드에서 부활된다. 앞으로 삼성그룹의 3세 승계과정에서 분할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마지막 남은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의 핵으로 한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 60년 역사 제일모직, 에버랜드에서 다시 태어난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오래된 모태기업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제일모직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사와 궤를 같이 한다”며 “변치 않는 도전과 변신으로 글로벌기업으로 우뚝 서달라”고 당부할 만큼 애정이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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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
제일모직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소재산업에 진출했다. 이후 소재와 패션부문으로 사업영역이 분리됐다.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은 지난 3월 삼성에버랜드로 팔렸다. 나머지 소재부문은 삼성SDI로 흡수합병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7월1일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꿀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신 기존 놀이공원 등의 시설 명칭은 에버랜드로 지속하게 된다. 이를 결정할 이사회는 다음달 열린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와 상장계획 등 재편을 가속화하면서 각 사업부문별 몸집을 키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버랜드의 패션, 레저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윤주화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삼성에버랜드는 각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 인력 경영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 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는 또 몸집을 키우기 위해 에버랜드의 시설확충과 이와 연계한 호텔 투자 등을 적극추진할 계획도 잡아놓았다. 에버랜드 일대에 최고급 호텔과 세계적 수준의 아쿠아리움을 지을 예정이다. 호텔은 2016년, 아쿠아리움은 2020년 이후 완공이 목표다. 더불어 수목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종합 레저타운’으로 재탄생하려고 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겠지만 3세 승계 과정에서 회사가 쪼개질 수도 있다. 레저부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패션부문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각각 소유하면서 분할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일모직이라는 이름은 이서현 사장이 소유하며 분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
◆ 지배구조 논의마다 출렁이는 삼성물산 주가
삼성물산은 최근 한달동안 삼성그룹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이 발표되자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 이슈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을 큰 축으로 하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4.1%), 삼성SDS(17.1%)와 삼성에버랜드(1.5%), 삼성종합화학(37.0%) 등 핵심계열사들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삼성SDS의 연내 상장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7일 6만3000원에서 지난 5일 7만8800원으로 무려 25.1% 뛰었다. 52주 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불투명하다”며 “하지만 지배구조 이슈는 핵심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가에 언제나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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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증권업계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갈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게 되면서 삼성물산의 투자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주회사 체제를 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핵심 투자자산이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역시 삼성물산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물론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재열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배구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삼성물산도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수혜와 주식가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9일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삼성물산 주가는 하루만에 7.49%나 추락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사업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이다. 삼성물산을 상사와 건설부문으로 나눈 뒤 건설부문을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힘을 얻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7.8%까지 사들이며 제일모직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여기에 삼성SDI와 합쳐지는 제일모직의 지분 13.1%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20.8%를 확보해 자연스럽게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건설 부문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상사 부문을 맡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지분이나 내부사업도 혼재해 있어 빠른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이 모든 과정을 지주회사 설립 관련 과세특례가 만료되는 2015년 말까지 끝내야 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 행보는 앞으로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며 “가장 이른 시일 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라고 내다봤다.
◆ 바이오사업으로 진화하는 CJ제일제당
제일제당은 설탕을 시작으로 밀가루, 가공햄 등에서 국내 식품시장 1위를 독점하고 있다. 이런 제일제당을 놓고 1994년 분가 당시 이재현 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이에 갈등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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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이건희 회장은 이학수 당시 삼성화재 부사장을 1994년 10월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발령냈다. 제일제당의 분가계획이 발표된 뒤였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저항하기도 했다.
제일제당은 어렵게 분가하고 20년이 지난 현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조 클럽’에 진입했다. 국내에서 매출액 순위 500대 기업 가운데 매출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60개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8477억 원으로 전년보다 9.8% 늘었다.
제일제당은 2002년 이재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CJ로 사명을 바꿨다. 지금의 CJ제일제당은 CJ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설립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식품사업에 머물지 않고 바이오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사업은 식품, 바이오, 물류로 크게 나뉜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매출액 비중은 식품사업 34%, 바이오사업 30%, 물류사업 36%다. 어느덧 바이오사업이 식품사업과 거의 비슷한 매출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11년 CJ제일제당에 취임한 김철하 사장은 CJ제일제당을 식품기업이 아닌 ‘바이오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바이오사업 중에서도 해외사료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