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윤석열 전 사무총장을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이 '반이재명 연대'로 뭉치고 있지만 본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견제에 대응 자제, 공세는 윤석열에 집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 지사는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장모 법정구속과 관련해 “만약 나였다면 장모가 되기 전에 뭘했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 최소한 권한을 활용하거나 거기에 의탁한 어떤 부정부패도 없게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른 경선후보들의 공격을 놓고 “네거티브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1번 선수로 지목해주면 결국 상대 정당 후보와 격렬한 경쟁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내성을 기르는 백신을 맞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잘 견뎌내고 원팀이 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현재 민주당 경선구도에서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경쟁 후보들은 TV토론회는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소득, 이 지사의 사생활과 막말 논란 등을 거듭 거론하고 있다.

이 지사가 선두에 있다 보니 다른 후보들에게 가장 좋은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집중공격을 받다 보니 이 지사 스스로 재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5일 민주당 예비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관한 해명을 요구받자 “내가 혹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라고 대응했다. 이를 놓고 여‧야에서 모두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선후보들이 반이재명 연대로 뭉친다면 이 지사에게 뜻밖의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를 이뤘다.

만약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사이 단일화로 이어진다면 이 지사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각각 전남과 전북 출신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경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막판 대역전이 가능하다. 

이 지사는 대중적 인기와 비교해 당내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호남출신 두 전직 총리의 연대로 호남표가 결집하는 것을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당내 견제가 집중되더라도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이 지사에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과민반응을 하다 되레 경선에서 표를 깎아 먹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당내 강성 친문재인 지지층 안에는 이 지사를 향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사가 공격에 방어한다는 이유로 전투적 자세를 취한다면 당내 반발 심리를 부추길 여지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경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하는 길은 결국 윤석열 전 총장과 겨뤘을 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지사가 윤 전 총장과 양자대결에서 의미 있는 우위를 보이거나 적어도 다른 민주당 후보들고 비교해 크게 앞서는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당원들은 자신들의 지지 의사와 무관하게 경쟁력 있는 후보인 이 지사에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많다.

최근 대선주자 양자대결 가상조사를 보면 여론 조사기관과 조사방법에 따라 엇갈리는 결과가 나온다.

글로벌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를 받아 6월30~7월2일 사흘 동안 성인 남녀 1천 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44.7%의 응답을 받아 윤 전 총장(36.7%)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따돌렸다.

반면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3~4일 이틀 동안 성인 남녀 1015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43.6%)과 이 지사(39.4%)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 접전을 벌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최근 발표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은 주춤한 반면 이 지사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장모의 법정구속으로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을 입은 반면 이 지사는 큰 탈 없이 무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여야의 선두주자인 만큼 앞으로 다툴 일이 더 많아질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최근 두 사람은 역사관을 놓고 처음으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1일 안동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느다”며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처음 비판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자 이 지사도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윤 전 총장의 구태 색깔공세가 안타깝다”며 “미군의 포고령에도 미군이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이승만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점령군’ 표현을 공식적으로 했다”고 받아쳤다.

그는 “나를 향한 첫 정치발언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내 발언을 왜곡조작한 구태 색깔공세라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글을 맺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