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소비자보호정책 강화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사회내 위원회 설치 등 업계를 선도하는 소비자보호 의지를 보여주면서 조만간 이뤄질 실태평가에서 지난해의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30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위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공문을 전달받았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체계 구축과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평가다. 2020년에도 71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아직 구체적 평가항목과 방식은 나오지 않았는데 7월1일 열리는 설명회에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7월23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8월 하순 현장점검이 이뤄진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검사업무 운영계획에서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목표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소비자권익 침해행위를 엄정히 검사해 금융산업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규제변화에 대응한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을 놓고는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를 위한 내부통제체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여부, 불건전·불공정 영업행위 여부 등을 핵심 부문으로 꼽았다.
이번 실태평가 역시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성호 행장은 하나은행의 소비자보호체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데 실태평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박 행장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이사회 안에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소비자중심의 위험관리체계로 전환해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소비자보호정책을 펴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사회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소비자보호를 위해 한발 더 나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행장은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소비자경제 전문가인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23일 하나은행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 교수를 사외이사 최종후보로 추천했고 7월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최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퍼듀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한국소비자학회 공동회장,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하나은행은 “최 후보자의 경험, 연구이력과 철학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하나은행의 경영방향에 부합한다”며 “신설 예정인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의 안정적 운영과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2020년 말 조직개편에서 시중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설립하고 외부인사인 이인영 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그룹장으로 영입했다.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은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금융상품의 위험을 측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0년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미흡’으로 평가받았다. 사모펀드 사태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점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속가능성에서 ‘우수’ 등급을 받는 등 계량평가 5개 항목에서 모두 ‘양호’ 이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품판매 항목에서 ‘미흡’ 평가를 받는 등 비계량평가 5개 항목 중 4개 항목에서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4대 은행 가운데 비계량평가에서 ‘양호’ 이상 등급을 2개 이상 받지 못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박 행장으로서는 이번에는 달라진 평가로 2020년의 아쉬움을 씻어내야 한다 . 더욱이 박 행장이 2020년 10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까지 출석했던 만큼 소비자보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특별히 사모펀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5월 환매중단 사태를 겪은 영국펀드 3종과 관련해 투자원금의 50%를 투자자들에게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