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의 금산분리 완화가 불확실해지면서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은행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KT는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금산분리 완화 이후 지분을 사들여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가 시행되지 않으면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 목표로 추진 중인 인터넷은행 설립 2차 신청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 발등에 불 떨어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산업자본에서 보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의 최대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내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터넷은행을 주도하고 하고 있는 카카오와 KT는 현 은행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지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KT가 지분 8%만 손에 쥐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우리은행 10%, 한화생명 10% 등 여러 주주가 나눠갖고 있다.

카카오는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이후 지분을 사들여 50%+1주를 확보하기로 했다.

KT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대기업도 은행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방향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KT도 케이뱅크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인터넷은행은 금융회사가 주도권을 쥔 채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잇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현행법에 맞춰 예비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도 출범할 수 있다.

그러나 유상증자와 IT시스템 구축 등은 카카오와 KT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금리 신용대출 등 주요사업에서도 카카오와 KT의 서비스 연계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후 경영에 차질을 빚어질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회사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만 떨어뜨리는 셈”이라며 “비금융회사가 최대주주에 오를 수 없다면 결국 기존 금융회사의 2중대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위, 2차 예비인가 차질 빚나

금융위는 올해 안에 인터넷은행 2차사업자 2~3곳을 추가로 선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위는 그전에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를 완화해 IT회사 등의 참여폭을 넓히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이라는 메기를 투입해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면서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2차 사업자 인가도 ‘공수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임 위원장은 16일 예정됐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준비상황 점검회의 참석도 취소하고 국회로 달려가 금융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켜 달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은행법 개정안은 이번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4월 총선 전까지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온힘을 쏟기로 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도입 자체에 대해서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금산분리 규제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3월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은 총선을 앞둔 시기여서 국회가 사실상 공전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떄문에 은행법 개정안이 제19대 국회의 회기 안에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4월 총선 이후 제20대 국회의 구성이 끝나는 대로 은행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인터넷은행 2차 사업자를 올해 안에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산분리 완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업자들도 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 컨소시엄은 2차 인가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인터넷은행 설립의사를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몇몇 대기업들도 금융회사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2차 인가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금산분리 완화를 선결조건으로 보고 있다. 한동우 회장조차도 지난해 10월 “은행법이 개정돼야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한다”며 “금산분리 완화로 비금융회사의 참여 비중을 키워야 인터넷은행의 몸집과 사업범위를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