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세대교체의 바람은 어떻게 작용할까? 올라탈 수 있을까 아니면 역풍을 맞게 될까?
한국 정치사에서 ‘40대기수론’을 일으킨 김영삼과 김대중, 영국 보수당을 살려낸 데이비드 캐머런 등 사례에서 세대교체의 핵심을 알아본다.
■ 방송 : 이슈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류근영 기자
곽 : 안녕하십니까. 채널Who 곽보현입니다.
지금 정치권의 핫이슈는 아무래도 ‘세대교체 바람’인 것 같은데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결국 이준석 대표의 선출로 끝났지만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여전히 거센 것 같은데요.
이제 9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어떻게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특히 현재 가장 높은 대선 지지도를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런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바람에 대응할지도 궁금합니다.
세대교체 주장이 많이 나오며 젊고 새로운 인물을 바라는 민심도 커지지만 한편에서는 40대, 혹은 30대 젊은 정치인들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외국 사례에서 어떤 세대교체의 흐름이 있었고 일각의 걱정처럼 경험부족의 문제를 겪었는지 살펴보고 성공한 세대교체의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이런 주제들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와 함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류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입니다.
◆ 정치권 세대교체 바람 대선까지 불까, 이재명 윤석열 양강구도 변수는?
곽 : 먼저 지금 ‘이준석 돌풍’이란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이준석 개인을 향한 팬덤 현상인지, 아니면 그 기저에 더욱 근본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류 : 물론 이준석 개인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긴 합니다. 젊다고는 해도 정치경력이 상당하거든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를 시작한 거라 지금 왠만한 초재선 의원들보다 정치입문을 일찍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당에서 비대위원과 최고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당 지도부에 있었던 거죠.
젊은 나이에 정치를 하니 일단 주목을 끌었고 말솜씨도 좋잖아요. 그래서 방송에도 자주 출연했죠. 그러다 보니 인지도가 높아졌고요요.
정치감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이대남’의 마음을 사로 잡았거든요. 여기에는 논란도 있습니다만 이번 대표 경선만 놓고 보면 플러스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요인들이 분명히 이준석 돌풍의 한 원인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다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대교체의 바람이 민심의 강한 요구라는 증거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개인역량으로 볼 수는 없다는 거죠.
대통령선거 출마자의 나이를 제한한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에 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가 있었는데요.
헌법을 개정하는 데 공감한다는 응답이 50.3%, 공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44.8%였습니다. 국민 절반이 40세가 넘지 않는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이런 여론조사들이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나타난 민심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최근 이준석 돌풍의 기저에는 세대교체의 강한 열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기성정치를 향한 염증, 그에 따라 정치판을 아예 뒤엎고 싶다는 심리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듯 합니다.
곽 : 지금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기성 정치판을 아예 갈아엎고 싶다는 것으로 정치세력의 교체를 원하는 민심의 바람, 또 하나는 말 그대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변할 수 있도록 젊은 정치세력이 등장해 젊은층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다는 민심의 바람, 두 가지가 지금 세대교체 바람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세대교체의 바람은 다음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줄까요,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두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에게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나타난 새로운 바람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을 텐데요.
류 : 정치의 판을 갈아엎고 싶다는 심리는 두 대선주자가 이미 어느 정도 받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윤석열 두 대선주자 모두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색깔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곽 : 저희가 바로 지난 시간에 이재명 지사 얘기를 하면서 민주당의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한 적이 있거든요. 이 지사는 일단 여의도 의회정치 경험이 전무합니다. 경기도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올랐는데 그 전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적이 없죠.
언행도 남다른 측면이 있어요. 기성 정치인들은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상당히 조심스럽잖아요.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해석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왜곡되는 사례도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기성 정치인들은 애매모호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이 지사를 보면 전혀 다르단 말이죠.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언행을 하면서 ‘사이다’란 별명도 얻었죠. 자세한 내용들은 지난 번에 방송했던 ‘아웃사이더 이재명, 노무현처럼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편을 참고해 주시고요.
류 : 윤석열 전 총장은 그야말로 기성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인물이죠. 아예 정치경험 자체가 없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정치권으로부터 번번이 핍박을 받았다는 이미지가 있죠.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수사를 하다가 좌천됐고 문재인 정부 때 권력 핵심부를 겨눴다가 정권 실세들과 틀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기성 정치인과 다른 인물, 기성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인물로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곽 : 그런데 세대교체의 바람의 배경에는 말 그대로 젊은 2030 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돼야 한다는 강한 열망도 깔려 있는 것이거든요. 그동안 2030의 관심사가 정치권으로부터 배제되고 있었다는 소외감이 적잖이 작용했다고 여겨집니다.
최근 2030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층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2030은 정치 성향으로는 중도층, 투표 의향을 보면 부동층 성격이 짙어서 대선 때 아주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데요.
대선주자들로서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보면서 이런 흐름을 잡아낼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요.
류 :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6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이 31.1%, 이재명 지사 26.1%로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요.
2030 지지도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0대에서 20.1%, 이 지사는 20.0%, 30대에서 윤 전 총장은 29.8%, 이 지사 21.3%로 다른 연령대에서 편중 현상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서로 치열한 지지도 경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2030에서 적합한 후보 없음, 잘 모름 등 의견 유보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지지도 경쟁이 치열한 것은 물론 부동표 성향도 강하다는 거죠.
일단 이 지사는 청년정책에 강점을 지니는 인물입니다. 지금 이 지사의 대표정책이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경기도에서 청년들에게 먼저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청년기본소득’인데요. 이미 성남시장 때부터 청년배당이란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밖에 현재 상당수의 이 지사의 복지정책의 수혜대상이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이거든요. 복지정책의 강점을 살려서 2030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곽 : 윤석열 전 총장은 어떤가요?
검찰총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딱히 2030과 접점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류 : 최근 윤 전 총장의 조력자로 알려진 인물 가운데 눈에 띄는 30대 유튜버가 있었는데요. 88년생 장예찬이란 시사평론가입니다.
윤 전 총장이 연희동에 방문한 영상이 마치 브이로그처럼 공개됐는데 장 평론가가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88년생 젊은 유튜버를 윤석열의 입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2030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곽 : 양강 외에 다른 인물들은 어떤가요?
류 : 현재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가장 젊은 대선주자 1971년 출생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있습니다. 야권에서 먼저 시작된 세대교체의 바람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 같고요.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디지털세대의 맏형을 자임하면서 86세대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 같습니다.
야권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직접 가상화폐에 100만 원 투자한 뒤 20% 까먹었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것도 2030세대와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죠.
물론 새로운 인물이 더 나올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 과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0년대 이후 태어난 경제를 잘 아는 인물을 다음 대선주자로 꼽기도 했는데요.
다만 대선이 불과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지지도를 끌어 모으고 대선에 완주한다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곽 :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대선에 미칠 영향도 살펴봤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 세대교체를 놓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요. 자주 나오는 얘기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정치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건데요.
이전부터 청년 정치에 관한 논의가 많았고 청년 정치인의 국회의원 공천, 지도부 영입 등도 있었지만 거의 매번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거든요.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의 들러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일례로 지난해 총선에서 지금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청년 정치인을 지원하겠다면서 퓨처메이커 그룹을 선정하고 청년벨트 지역 공천을 했거든요. 그런데 청년벨트라고 공천한 곳이 죄다 수도권이었어요.
류 : 당시 미래통합당에게 수도권은 험지라고 불렸죠. 실제로 서울,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휩쓸었고요.
곽 : 어쨌든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명한 하나의 현상이고 바람직한 측면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정치 문화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세대교체의 바람에 걸맞은 콘텐츠가 있어야 할 텐데요.
그래서 이 대목에서 저희가 과거 우리 나라에 어떤 세대교체 바람이 있었는지, 또 해외에는 어떤 세대교체 바람이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영삼 김대중, 선명야당과 민주주의 내걸고 40대 기수로
류 :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세대교체 바람으로는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40대 젊은 정치인 김영삼, 김대중이 대선주자로 떠오르며 이른바 ‘40대기수론’을 일으킨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곽 : 당시 40대기수론이 떠오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당시는 박정희정권 시절이었는데요. 유신체제로 넘어가기 전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독재체제의 모순이 지적되고 있었죠.
특히 1967년 제7대 총선의 관권선거와 1969년 3선개헌안 통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과정이란 비판이 있었는데요.
류 : 당시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직전 총선보다 줄어든 의석 수를 예상했는데 중앙정보부, 내무부에서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공무원을 동원해 공화당에 3분의2가 넘는 의석을 안겨주자 기뻐하기보다는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걱정했다고 합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부정선거를 일부 시인했고 당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명된 8명의 당선자를 제명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곽 : 이런 부정선거는 결국 개헌 저지선을 넘기 위한 무리수였던 것 같아요. 뒤이어 3선개헌이 통과되죠.
류 : 문제는 야당이었던 신민당이 제대로 맞설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인데요. 당시 중진들은 지금의 중진들처럼 경륜, 경험 등을 강조했지만 독재정권에 제대로 맞서는 선명한 야당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일부 중진은 너무 실리를 좇으며 명분은 내다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고 또 일부는 오히려 독재정권과 야합하거나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이때 등장한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대선에 도전합니다. 대선후보 경쟁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김대중이 후보로 선출됐고요.
비록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 후보에게 졌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아시다시피 이후로 한국 정치사에서 김영삼, 김대중은 빼놓을 수 없는 거목이 되죠.
곽 : 결국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 혐오, 여기에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 따른 무력감, 이런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이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했네요.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로 떠오른 상황을 오늘날에 적용해본다면 지금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위해 어떤 조건들이 마련돼야 할까요?
류 :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로 떠오른 당시의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은 아마 ‘반독재’와 민주주의였을 텐데요. 이를 뒷받침할 정치세력으로서 선명한 야당을 내세운 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민심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이를 수행할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는 거죠. 이를테면 ‘공정’의 가치와 ‘4차산업혁명’ 등 미래에 관한 화두 등 국가와 국민에게 꼭 필요하고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고요.
또 기성 정치세력과 다른 성격의 신선한 모습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결국 대선 양강 주자인 이재명 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정’ 어젠다를 놓고 경쟁하는 것도 그렇고, 이광재 민주당 의원처럼 이제 막 대선 도전에 나서는 사람이 ‘디지털세대’의 맏형을 자임하는 것도 민심이 요구하는 바람과 앞으로 정치판을 주도할 새로운 세대를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을 듯 합니다.
◆ 영국 ‘캐머런’에서 본 세대교체의 조건, 우리도 전통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곽 : 그런데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괄목할만한 세대교체 주자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40대 때 이미 상당한 정치경력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최근 나타난 세대교체의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때의 40대기수론과 지금의 세대교체 바람을 똑같이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는데요.
외국 사례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 :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사람이 영국이 데이비드 캐머런입니다.
2005년 39세에 영국 보수당 당수가 됐고요. 5년 뒤 2010년 44세에 총리가 돼 집권에 성공합니다. 200년 만의 최연소 영국 총리란 기록을 썼는데요.
참고로 역대 최연소 총리는 ‘소피트(작은 피트)’라고 불리는 윌리엄 피트로 24세에 총리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 가장 젊은 총리가 데이비드 캐머런입니다. 내각에도 30대, 40대 인물들이 기용되며 세대교체가 전면 이뤄집니다.
데이비드 캐머런이 등장할 당시는 영국 보수당은 상당히 암울한 때였습니다.
1997년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이 659석 가운데 418석을 얻는 압승을 한 뒤 13년 동안 보수당은 야당에 머물러 있어야 했는데요. 당 내부적으로도 캐머런이 당수가 되기 전 8년 동안 5명의 당수가 교체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39세의 젊은이가 당수가 되더니 5년 뒤 연정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고 총리가 된 거죠.
곽 : 데이비드 캐머런의 성공 배경에는 철저한 당쇄신의 노력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처음 보수당 당권을 잡은 시점부터 보수당의 개혁을 내걸었거든요.
변화의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과거의 보수당이 마가렛 대처 이후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하며 정부지출 축소, 중산층 감세, 국영기업 민영화 등을 꾀했는데 그 결과 경제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사회보장이나 복지는 당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거든요.
국민들의 반발도 심했고 그 결과로 노동당에 오랜 기간 정권을 내주게 된 측면도 있는 거죠.
그런데 데이비드 캐머런은 ‘따뜻한 보수주의’를 내세웠습니다. 기존의 보수당이 고수하던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겠다고 약속했죠.
그러면서도 강력한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이며 경제성장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개혁의 노력, 정책적 유능함, 이런 것이 갖춰져 있었기에 세대교체도 가능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데이비드 캐머런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언변, 연설 능력, 좋은 이미지 등 개인적 매력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합니다만 실체적 콘텐츠가 있는 인물이었기에 그런 매력도 빛을 낸 게 아닌가 싶어요.
류 : 네. 맞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도 세대교체의 바람을 뒷받침할 콘텐츠를 새로운 세대가 제시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것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시대정신이 됐든, 아니면 정말 획기적 미래대책이 됐든 분명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제1야당 국민의힘도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 후 했던 일이 쇄신 행보였지 않습니까? 탄핵 사태 이후 거듭해서 위기를 맞았는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문제 의식 아래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호남과 동행, 사회적 약자와 동행, 전직 대통령 과오 사과 등을 통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을 했고 이런 것들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 같아요.
그런 노력에서 비롯된 힘들이 지난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고 지금의 세대교체 바람으로 이어진 측면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세대교체가 온전히 이뤄지려면 청년 정치의 인프라가 먼저 구축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데요. 영국이나 유럽 국가들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청년 정치 인프라가 오래 전부터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청년 때부터 정치에 발을 들인 뒤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젊은 정치인들도 비교적 많은 정치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거죠.
데이비드 캐머런도 보수당 당수가 되기 전 경력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고도 하지만 정당인으로서의 정치경험은 결코 작지 않았다고 합니다.
곽 : 맞아요. 데이비드 캐머런 이전의 노동당 정권의 토니 블레어 총리 역시 젊은 나이에 집권에 성공했죠?
캐머런 이전 영국 현대정치사의 최연소 총리가 블레어였거든요. 블레어도 그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됐고 제3의길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제3의길은 우리나라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할 때 많이 참고했다고 하죠.
그런 것들을 보면 영국에서 젊은 정치인의 등장과 정치권의 세대교체 흐름은 우리나라처럼 굉장히 이례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는 영국 사회와 문화 저변에 청년 정치의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는 점이 있는 것 같고요.
류 : 영국 뿐만 아니라 서구권 나라에서 많은 수의 젊은 정치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오스트리아 총리인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86년 출생, 핀란드 총리인 산나 마린은 85년 출생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역시 39세에 대통령에 올랐죠.
곽 : 저희가 지금 우리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살펴봤는데요.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려면 새로운 세력이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고요. 또 그런 역량 있는 정치인들을 양성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세대교체 바람에서는 이를 바라는 강한 민심은 확인됐는데 아직 그에 부응할 만한 역량을 갖춘 정치인들이 있는지는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더 분명한 것은 아직 세대교체를 뒷받침할 만한 청년정치의 기반이 서구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취약하다는 점인데요.
여‧야 정치권이 지금의 민심을 단순히 내년 대선을 위한 전략적 바로미터로 삼는 게 아니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합니다. 청년 정치의 기반을 마련하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건강한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