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기관장이 취임일성으로 하는 첫 마디는 '내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이다. 헬릭스미스 대표에 오르더라도 마찬가지다. 주주들과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14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비즈니스포스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공무원이 아닌 만큼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대표에 오른다면 주주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

▲ 최동규 전 특허청장. <비즈니스포스트>


최 전 청장은 '헬릭스미스 주주카페'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이후 비대위)가 헬릭스미스 대표이사후보로 내세운 인물이다. 

비대위는 7월14일에 열리는 헬릭스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전 청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내이사 3명을 임명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최 전 청장은 198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특허청에서 사무관으로 발령받으면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통상산업부, 외교통상부, 산업부 등을 거쳤으며 2014년에는 주케냐대사를,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24대 특허청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지적재산권 교양수업을 맡고 있다.

최 전 청장은 임시 주주총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헬릭스미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비대위 자문역할을 담당하는 배진한 변호사로부터 헬릭스미스 사외이사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제의받았다. 

이후 비대위가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좀더 경영과 행정 측면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대표이사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30여년 동안 의약품 특허업무를 해 오며 쌓아온 지식을 실무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 특허청장, 주케냐대사 등을 역임한 전형적 관료 출신인데 기업운영에 자신감이 있는가.

“특허청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만큼 기업운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700명이 넘는 특허청 소속 박사들의 고유한 영역을 지켜주면서 2년 동안 무리없이 운영해 왔다.

이익을 내며 다른 공공기관에 이익을 나눠주는 등 경영능력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헬릭스미스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헬릭스미스가 보유한 기술은 죽은 세포를 되살리는 기술인 만큼 대단히 훌륭한 기술이다. 용도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이를 상용화시키기 위한 체계적 지식과 전략이 필요한 데 이것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엔젠시스의 기술수출이 안 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엔젠시스의 주요기술에 관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허 때문에 접근하지 못할 뿐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관한 특허가 2027년까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년에 임상시험을 성공하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하기까지는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

즉 1~2년만 더 있으면 특허가 만료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로서는 굳이 비싼 값을 치르고 기술도입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너무 어려운 신약 개발과제로 특허를 등록했고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특허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 그렇다면 엔젠시스 개발방향에 관한 복안은 있는가.

“초기 엔젠시스 개발 과정에서 너무 많은 특허를 등록함으로써 적응증 확장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죽은 세포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엔젠시스의 활용도가 다양한 만큼 시장성 규모가 크고 개발이 쉬운 적응증을 빠르게 확보해 엔젠시스 특허기간을 늘리며 엔젠시스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녹내장에 주목하고 있다. 죽은 시신경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임상시험에 관해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추가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기술인력을 보강하거나 권위 있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의뢰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는 있는데 이는 추후 주주들과 의견을 나눠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 소액주주와 현경영진 사이 갈등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가.

“최근 헬릭스미스가 주주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영원 방어전략으로 대응한 것인지, 소송을 취하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직 주주도, 대표도 아닌 만큼 소액주주와 경영진 사이 알력에 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주주들이 현경영진으로는 헬릭스미스가 잘되기 힘들다는 판단에 경영진 교체를 원한다면 ‘나를 한번 써봐라’는 것일 뿐이다.”

- 비대위가 추천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진들과 헬릭스미스 운영방향에 관해 이야기 나눈 것이 있는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후보에 오른 분들 모두 각자 영역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사내이사 후보 가운데 1명인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이사에 의지를 많이 할 것 같다. 김 전 대표는 UT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도 맡았을 정도로 투자전문가다. 

무엇을 하면 성공하는지, 기술제휴를 할 것인지 기술수출을 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경준 변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인 만큼 외부 전략적 투자자(SI)로부터 헬릭스미스를 방어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대위는 최 전 청장을 대표이사 후보에 올렸으며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이사와 장순문 전 헬릭스미스 재무담당 상무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로 최경준 변호사, 김호철 전 대구고등검찰청장, 김용윤 공인회계사 등 3명을 각각 추천했다.

7월1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들 6명을 임명하는 안건을 올렸으며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현재 비대위 측은 개인 소액주주들로부터 헬릭스미스 지분 38%가량의 권한을 대리행사할 수 있는 위임장을 확보했다. 반면 김선영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 등 현 경영진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올해 3월 말 기준 7.24% 수준으로 알려졌다.

2021년 3월말 기준 헬릭스미스의 지분 보유현황을 살펴보면 소액주주가 전체 지분 가운데  89.7%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