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 동참할까?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든 전수조사라는 까다로운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극적 자세를 보이다가는 민심의 뭇매를 맞을 수 있고 그렇다고 철저한 검증에 따른 불확실성도 간과할 수 없다.
 
'부자당' 국민의힘 부동산 조사 딜레마, 이준석 나경원 누가 돼도 난제

▲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왼쪽), 나경원 후보.


국민의힘은 10일 소속 의원 전원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감사원 조사를 받겠다는 기존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당전략회의에서 “감사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지만 어렵다고 하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받는 것을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내 의원 전원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했지만 감사원이 법적으로 입법부와 사법부의 감사권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다른 원내 야당 모두가 국민의힘의 감사원 조사 의뢰를 문제 삼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감사원에서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우기고 있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왠지 어설퍼 보인다”며 “감사원이 국민의힘 아래 기관인가”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고려해 기존 방침을 수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역시 최종 결정과 후속처리는 다음 지도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 대표후보들도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준석·주호영 후보는 9일 KBS가 주최한 당대표후보 토론회에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검증을 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경원 후보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홍문표 후보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권익위에서 조사를 받아도 좋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누가 대표가 돼도 이 문제와 힘든 씨름을 하게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지 여당이나 다른 야당으로부터 날카로운 감시와 검증 압박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고민은 다른 당과 비교해 당내 의원들 가운데 부동산자산가가 많다는 점이다.

3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2020년 12월31일 기준)’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의 평균재산은 30억7562만 원으로 열린민주당(18억6679만 원), 더불어민주당(16억8964만 원) 등 후순위 정당 의원의 곱절이나 된다.

이 '부자 의원들'의 재산 가운데 부동산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에서도 제 21대 국회의원의 아파트 재산을 신고액 기준으로 봤을 때 상위 30명에 국민의힘 의원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은 5명, 무소속은 7명이었다.

물론 단순히 부동산자산이 많다고 불법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의원 각각의 재산 내역과 그에 얽힌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까닭이 없는 지도부로서는 당내 부동산자산가가 많다는 사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칫 심각한 투기의혹이 포착되기라도 하면 대형 악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비교적 경미한 사안으로 볼 수도 있는 부동산 거래 의심사례까지 끄집어 내 해당 의원들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초강수를 둔 마당에 국민의힘이 이를 뭉개고 소극적으로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동안 부동산과 관련한 나쁜 이미지는 민주당 몫이었다. 집값이 상승하며 부동산정책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비롯한 정부부처·정부산하기관 직원의 투기 의혹의 책임을 집권여당으로서 민주당이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번 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들의 질타가 국민의힘을 향할 수 있다. 재보궐선거 승리와 대표 경쟁 흥행 등의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

11일 선출되는 다음 당대표로서는 당의 새로운 비전을 내세우며 정권교체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첫 순간에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민주당은 모처럼 마련된 공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권익위에 조사의뢰를 하지 않는다면 감사원에 요청해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를 의뢰한 사건을 권익위로 이첩해 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