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놓고 어수선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조국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어 돌파구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조국 회고록 놓고 어수선, 송영길 입장 정리 압박 거세게 받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1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일각에서 '조국사태'에 관한 지도부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대체적 분위기는 당 지도부가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민주당이 사과의 주체가 되기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재판 받는 사건이 공무원 시절에 저질렀던 권력형 비리가 아닌 과거 10여년 전 민간인 시절에 벌였던 일이기 때문에 당이 대신 나서서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주체로서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민주당 사람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걸 가지고 민주당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냐"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 출간 자체에 관해서는 당차원의 입장이 있기가 어렵지 않나"며 "당원이거나 당직을 맡고 계신 분이 아니다. 개인적 출간이라 당 차원 공식입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5월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회고록 출간을 두고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 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적었다. 조 의원은 그동안 조국사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

박용진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의 시간'은 조국의 권리지만 민주당의 시간은 민주당의 의무"라며 "민주당은 어떻게 달라지겠다고 하는 입장을 밝히고 보여드리는 것이 민주당의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당원들은 조 전 장관이 언론과 검찰의 희생양이라고 감싸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두고 ‘위법하지 않은 혜택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은 더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려 했던 사람이다. 국민의 소망이 투사된 선봉장"이라며 "그런 조국을 검찰이 언론과 함께 무참히 도륙했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3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며 "검찰의 거의 소탕에 가까운 과잉수사로 한 가정 입었던 상처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 검찰의 바람직한 수사방식이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평등한 교육제도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코 덮어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촉발된 불평등한 교육제도에 대한 국민의 절망과 분노"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의 적폐청산과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는 정당이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기득권적 태도로 바라본 것을 두고 통렬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우리 민주당이 지금 소환해야 할 것은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자중지란이 아닌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에 신음하는 청년세대의 절규'"라고 덧붙였다.

이는 교육 불평등으로 피해를 입은 청년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청년층은 '공정'을 중요시 여기며 최근 선거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국사태는 2019년 후반기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2019년 8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뒤 아내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딸의 입시비리 의혹으로 불공정 논란이 거세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시 국민과 청년들을 향해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는 내년 대선을 맞아 '공정'을 외치는 청년층의 표심 때문에라도 조국사태에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국사태'에 관한 지도부 입장 표명을 놓고 "일정 부분 입장을 전혀 표시 안 하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이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것이고 그 신뢰를 지킬 수 있는지 국민들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5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민심경청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국사태 등 내로남불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대표는 5월25일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조국, 오거돈·박원순 사태부터 시작해 우리 당의 내로남불, 부동산문제까지 당이 찔끔찔끔 ‘피해 호소인’ 같은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명쾌하고 정확하지 못했다”며 “6월1일까지 경청한 뒤 당을 대표해 정리한 것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2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를 연다. 이날까지 취합된 민심을 살핀 뒤 이 자리에서 조국사태와 관련한 입장 표명할지 여부를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국사태는 언론과 검찰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런 점들이 2030세대 청년층에 일부 왜곡 전달되기도 한 만큼 송 대표로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청년층 반발이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