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일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통해 야권 대선주자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거대 야당 대표로 지방선거를 사실상 지휘해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준 점은 가능성이다. 안 대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며 독자정당을 포기하고 통합야당을 선택했다. 호랑이를 잡겠다는 첫 출발이 지방선거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낮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호남 안마당을 지키고 새누리당의 안마당인 부산과 대구를 위협한 것은 안 대표에게 큰 성과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사람’들이 예선에서 모두 탈락한 점은 한계다. 안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조차 당내 경선에서 기득권을 넘지 못하고 김진표 후보에게 밀렸다.
안 대표에게 그나마 전략공천으로 밀어붙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당선된 것이 수확이다. 윤 후보는 57.9%의 득표율로 31.8%를 득표한 무소속 강운태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초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박지원 의원 등 호남 정치인의 힘을 빌어야 했다는 점은 안 대표의 한계였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는 거의 유일한 야권 대선주자라는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임해 성공하면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박 시장에게 밀리기도 했다.
안 대표는 과연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 광주의 윤장현, 안철수 살려내다
안 공동대표는 광주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안 대표는 지난달 17일부터 세차례나 광주를 방문하며 다른 지역보다 광주시장 선거에 올인했다. 계란 세례를 받는 등 수모도 겪었지만 광주에 매달렸다.
안 대표가 윤 후보 살리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윤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안 대표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안 대표가 광주시장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안 대표는 당 통합 후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로 윤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세력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딱 한 명의 자기 계파 인물을 야당 텃밭인 광주시장 후보로 심은 것이다. 안 대표는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전 장관 등 쟁쟁한 인물을 제치고 정치 초보자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안 대표로서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승부였다.
안 대표는 윤 후보의 승리를 차기대선 도전까지 연결시키며 정치인생을 모두 건 총력전을 펼쳤다. 안 대표는 “광주시민들이 윤 후보를 뽑는다면 광주에서 시작한 변화로 2017년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대표도 “광주시민이 안 공동대표에게 기회를 달라”며 “광주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도 실현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효석 공동선대위원장은 “윤장현을 살려내야 안철수를 살려낼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전략공천 이전 지지율 10.1%로 광주시장 후보 BIG3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강운태·이용섭 후보는 30%대의 지지율이었다. 윤 후보는 전략공천 직후 32.1%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강운태 이용섭 단일후보의 지지율 54.4%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당 지도부의 적극적 지원사격을 받아 차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윤 후보는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강 후보와 오차범위내 접전양상을 나타내다 마침내 열세를 딛고 역전에 성공했다.
광주시장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지역 투표율은 49.8%로 전국 평균 54.4%에 미치지 못했다. 야당 후보가 자동으로 당선되는 야당의 텃밭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57.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56.8%보다 높았다.
▲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 |
◆ 안철수 반전의 계기를 잡을까
안 대표가 광주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한숨을 돌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합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고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안 대표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안 대표는 야권 차기 대권주자 1순위였지만 최근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뒤지면서 3위까지 주저앉았다. 안 대표는 한때 거의 유일한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안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대표로서는 분명 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기대를 품었으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이 높은 것은 곧 안 대표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는 결국 세력이고 세력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며 “안 대표는 이번 합당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람을 모으기보다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후 윤여준 전 장관 등 많은 사람들이 안 대표 곁을 떠난 데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주자로서 위상마저 흔들리면 안 대표는 날개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토사구팽될 수도 있다. 야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대표의 대선 후보로서 위상이 문재인 의원이나 박원순 시장에게 밀린다고 판단이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많은 의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과 민주당 통합 이전 야권에서 첫손 꼽히는 대선주자였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대표는 독자정당이 아니라 합당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안 대표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공동대표 자리에 올랐고 5:5의 지분을 확보했다.
안 대표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뛰어들었다”며 새정치 실현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합당 발표 후 안 공동대표를 떠난 윤여준 전 장관은 “사슴이 호랑이 굴에 뛰어든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미약한 세력으로 기성 정당 내에서 안 대표의 뜻을 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안 대표의 입지는 통합의 명분으로 삼았던 기초단체장 무공천 공약을 철회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에서 “호랑이 잡으려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다시피한 도박이었던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안 대표가 유권자 사이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안 대표 혼자 광역단체장을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당내에서 안 대표가 유력한 역학구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아직 공동대표로서 임기가 1년이나 남아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안 대표가 대표로 위상을 계속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기간에 안 대표가 얼마나 강력한 지도력을 보여주느냐 하는 점이 결국 야권 대선 후보로서 안 대표의 위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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