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도입과 카드 결제시스템 개방을 계기로 국내 신용카드사들 사이에서 모바일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하고 자체 생태계 안에 가둬두기 위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이 일제히 출시를 앞둔 마이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와 생활 플랫폼서비스가 카드업계 판도를 바꿔낼 만한 잠재력을 갖춘 중요한 경쟁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 모바일앱 로고.
23일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결제시스템 연계작업은 실무차원에서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국내 카드회사 8곳은 최근 소비자들이 하나의 모바일앱에서 모든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등록해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제시스템을 개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기반 간편결제서비스와 같이 기존 카드사 모바일앱에서도 여러 카드사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등록한 뒤 소비자가 골라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31일부터 모바일앱에서 소비자가 보유한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이체와 계좌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서비스 도입도 앞두고 있다.
오픈뱅킹에 이어 카드결제시스템 개방까지 계획대로 올해 안에 이뤄진다면 카드사들 사이에서 모바일앱 등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더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회사앱이 앞으로 대부분의 은행거래와 카드결제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장 편리하고 익숙한 모바일앱 하나만을 선택해 계속 이용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시행은 카드사들이 기존에 은행 모바일앱을 자주 쓰던 이용자를 자체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도 편리한 송금기능을 앞세워 단기간에 급성장한 사례가 있다.
주요 카드사들은 이런 변화에 맞춰 모바일앱 이용자들이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경쟁력 있는 부가서비스를 확보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8월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생활 플랫폼서비스가 카드사들의 모바일플랫폼 경쟁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모두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을 신청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과 비금융분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의 금융자산과 소비내역, 투자성향 등을 종합해 바람직한 자산관리 방법과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모바일 기반 자산관리서비스가 카드사에서 내놓을 대표적 마이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다.
카드사가 연령과 성별, 소비성향 등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카드에 맞춤형 할인혜택을 제공하거나 카드상품 및 대출상품 설계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모든 카드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데이터 총량이나 분석능력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플랫폼 이용자 확보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모바일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과 콘텐츠서비스, 배달서비스 등 생활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제휴사를 확보해 물품 배달이나 정기구독, 음악과 영상콘텐츠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KB국민카드는 음식배달 등 서비스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야놀자와 협력해 숙박예약서비스를 모바일앱에 추가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른 시일에 카드사들 사이에서 모바일앱 생활서비스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오픈뱅킹과 결제시스템 개방 등 논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모바일앱 발전을 통한 디지털 신사업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온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바일앱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체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마저 다른 플랫폼에 빼앗기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던 카드사도 모바일플랫폼 경쟁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춘다면 상위 신용카드사보다 플랫폼 이용자 확보에 더 앞서나가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결국 신용카드업계 판도가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이런 경쟁을 감수하면서도 결제시스템 개방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반 플랫폼에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핀테크 기반 플랫폼업체도 일제히 마이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며 다양한 생활서비스도 갖추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가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전문 IT기업에 플랫폼으로 맞선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상품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는 카드사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