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광주 공장의 전남 함평군 이전 가능성과 관련해 ‘광주 지역 내 이전’ 원칙을 고수하는 광주광역시를 설득할 수 있을까?
광주광역시는 지역 내 이전 원칙을 내세우며 이를 광주 공장 부지의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 승인문제와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사장으로서는 광주공장 부지 용도변경 승인에 이전비용 마련과 고금리부채 축소가 걸려 있는 만큼 광주송정역 일대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광주광역시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호타이어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부지로 국가 산업단지인 ‘빛그린산업단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빛그린산업단지는 400만㎡ 규모로 광주 광산구 삼거동과 전라남도 함평군 월야면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광주시에 해당하는 부지는 119만㎡ 규모인데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59만㎡, 친환경자동차부품 클러스터 및 친환경부품인증센터 예정지 부지가 39만㎡ 등을 차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새 공장 부지 면적으로 약 50만㎡를 예상하고 있는데 빛그린산업단지의 광주시 부지는 29만㎡ 정도 남아있어 이전에 필요한 용지가 크게 모자라다.
금호타이어로서는 자동차산업이 모여있는 빛그린산업단지로 이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빛그린산업단지 내 함평군 부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광주시로서는 대규모 공장을 전라남도로 넘겨줘야 하는 만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부지의 용도변경 승인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9년 1월 광주시와 ‘공장부지 도시계획변경 및 공장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같은 해 8월 광주시에 부지 용도변경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광주시는 이전할 공장 부지 매입방안 등 세부사항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광주시는 지역 내 공장 이전을 명분으로 금호타이어가 요청한 광주공장 부지 용도변경 승인을 먼저 내주는 것은 안된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에 인수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순손실을 봤다. 고금리 차입금이 많아 이자 부담이 큰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광주공장 부지 용도를 먼저 변경해 개발용지로 고가에 매각해야 공장 이전 비용도 마련하고 고금리 차입금도 줄일 수 있는 만큼 광주시의 부지 용도변경 승인이 필수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가 용도변경 뒤 광주공장 부지를 매각하면 2조 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차입금을 50% 정도 줄이고 신용등급도 높이면 이자비용도 2020년과 비교해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일단 광주 공장이 있는 광주시 광산구청에서 관외 이전을 수용하겠다는 진전된 태도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광주 공장 부지 용도가 변경돼야 인근 광주송정역 일대 개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으로서는 광주송정역 일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광주시 설득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최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권역 밖으로의 이전도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며 “광산구 입장에서도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이 분명한데 그것을 빼놓고 KTX송정역세권 개발을 설계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공장 이전은 정 사장이 대표에 오른 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과제로 꼽힌다.
정 사장은 1964년에 태어나 전남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고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에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뒤로 OE영업본부장과 품질본부장, 연구개발본부장 등을 거친 연구개발 전문가로 5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광주공장 이전은 연구개발 역량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등 대외 소통 역량이 더욱 필요한 일로 평가된다.
정 사장이 광주 공장 이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연구개발 이외 분야에서 역량을 보이며 경영 리더십을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
정 사장은 빛그린산업단지를 놓고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함께 운영하는 산업단지라는 점도 강조할 수도 있다.
비록 함평군으로 부지를 이전하지만 광주시와 함께 운영하는 빛그린산업단지로 이전해 광주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사장은 올해 3월22일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최근 광주 공장 부지 이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용섭 광주광역시 시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 이전은 광주시 권역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광역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광주 관내 공장 이전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는 이전 부지가 확정된 이후에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아직까지 광주 공장 이전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