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인사를 향한 야당의 총공세를 놓고 첫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후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국회가 애초 시한인 10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장관 인사에 야당 총공세, 송영길 민주당 대표로 첫 시험대 올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앞서 국민의힘은 이들 세 후보자 모두 ‘부적격’ 인사로 판단해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의당도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 2명의 임명을 반대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가 요청한 기한까지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국회 동의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다시 청문보고서를 요청한 일을 두고 3명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 한다는 풀이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다만 요청시한을 놓고 나흘을 준 것을 두고 최대한 여야가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제껏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시한은 보통 2~3일이었다.

야당은 곧장 반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눈과 귀를 막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며 "여당 의원조차 지명철회를 요구하는데 임명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제 민주당의 선택만 남았다"며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어 입법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송영길 대표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애초 송영길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선 장관 후보자 세 사람 가운데 한두 사람은 낙마시키는 선에서 '타협'을 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됨에 따라 송 대표의 운신의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민주당과 청와대의 '원팀'을 강조해 마당에 자칫 문 대통령과 여당의 엇박자로 외부에 비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 반대를 마냥 무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야당의 반대 속에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당 패싱’ 장관을 또 다시 배출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동의없이 모두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모두 29명이다. 이는 이명박(17명), 박근혜(10명) 정부를 합친 규모보다 더 많다.

야당은 세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하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이 통과해야 하는데 여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걱정이다. 지난 4·7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심이 확인된 만큼 무턱대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독선'이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송 대표가 애초 '당 중심 정국운영'을 공언한 만큼 이번 사안이 그의 정치력을 평가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 정부라는 방점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책도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독자적 목소리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재선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송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주장이 여럿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임혜숙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라는 점에서 보호받아야 할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는 별개로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의원도 “마지막 1년이라도 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는 문 대통령을 도와 3명 후보자 모두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장관과 총리후보의 청문회를 놓고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이 원하는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같이 책임지고 돕겠다는 내부 의견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