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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68년 만에 법적 근로자 인정 눈앞, 안착까지는 갈 길 멀어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1-05-04 15: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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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제정 뒤 68년 만에 노동권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고용노동부와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안)이 이르면 5월 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가사노동자 68년 만에 법적 근로자 인정 눈앞, 안착까지는 갈 길 멀어
▲ 고용노동부 로고.

가사근로자법이 만들어지면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뒤 68년 만에 가사노동자들이 법적 근로자 지위를 얻어 노동권을 보장받게 된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됐을 당시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그동안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4월29일 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합의처리한 만큼 무난하게 본회의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 보호대상을 넓힐 뿐 아니라 가사서비스시장의 양성화를 통해 가사노동자 중개 플랫폼 사업도 육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해 왔다. 

가사근로자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하고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에게 근로관계법령 적용하며 △서비스 제공기관은 이용자와 가사서비스의 종류·시간, 사고 발생 때 손해배상 등을 포함하는 계약 체결해 △조세감면 등을 통해 가사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가사도우미는 정부가 인증한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최저임금을 비롯해 법정 근로시간,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4대 보험 가입 등을 보장받게 된다. 가사도우미는 그동안 '파출부' 등으로 불리며 노동자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요금 상승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기존의 직업소개소들이 대부분 영세해 근로관계법령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 비용 부담에 따른 수요 자체가 줄어 가사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3월23일 열린 입법 공청회에서 "이 법이 생겼을 때 기존의 직업소개소시장과 병립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4대보험 같은 비용이 추가됨에 따라 가사서비스 이용이 줄어 시장 자체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고용노동부의 조사결과는 달랐다.

고용노동부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가사서비스 공식화 필요성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 대상자의 94.6%가 가사근로자법 제정 필요성에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월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가사서비스 수요가 큰 맞벌이 여성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가 인증하는 서비스제공 업체을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85.6%에 이르렀다. 직업소개소 방식을 이용하거나 가사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각각 9.4%, 5.0%로 나타났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믿고 맡길 사람을 원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조사결과를 근거로 오히려 이 법의 제정으로 가사서비스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가사대행서비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쉽게 가사대행서비스를 신청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의 송으뜸 차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적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현대인들에게 가사대행서비스는 매력적 서비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을 두고 별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4월29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 시행 전에 기획재정부와 협의하여 가사서비스 이용자들에 세제감면이나 보험료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 비용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가사도우미법안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애초 이 법안에는 '공익적 제공 기관'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기업 등을 육성하고 이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플랫폼 중계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높은 수수료를 매겨 서비스 이용자와 가사노동자 양쪽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대비책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따로 발의한 법안에는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을 위한 지원방안을 담고 있었으나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빠지게 됐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겹치는 내용이 있어 이번 논의과정에서는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등 시민단체들은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부분이 빠진 점을 두고 아쉬움을 보였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개입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비영리이자 공익 목적의 조직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교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현장의 요구였던 공익적 제공기관이 삭제된 것은 커다란 유감”이라며 “법이 없어서 못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시행령과 정책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를 통해 "이수진 의원 등이 제시한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일단 시행령 마련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고 향후 진행상황을 살펴 이 부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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